[단독]“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 부총리급 규제개혁부 설치를”

곽도영 기자

입력 2022-03-31 03:00 수정 2022-03-31 03:1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4대학회, 새 정부 과제 설문]4대학회가 꼽은 尹정부 경제 과제




새 정부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대 학회 회원들이 제시한 방안은 ‘규제 개혁’과 ‘노동유연성 확보’ 두 가지였다.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민간 기업들에 있다고 전제하고 있어서다. 학회 회원들은 기업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규제들과,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노동 경직성을 풀어야 일자리 창출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규제 개혁, 취임 첫 2년에 승부 걸어야”



새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된 ‘규제 개혁’에 대해 “취임 초기 2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5월에 출범할 새 정부는 2년간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이 지나 정권 하반기에 접어들면 레임덕으로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초반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학회 소속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임 초기 거대 야당을 제도 개혁에 동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도 개혁에 필요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 야당과의 공동 정부 구성이나 정교한 여론 조사 등을 통한 동참 유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조직에 ‘파워’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기존처럼 구호에만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부총리급 ‘규제개혁부’를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앞선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명박 정부)나 규제개선추진단(박근혜 정부) 등은 출범 초기 의욕을 보이다 후반기로 갈수록 힘이 빠지곤 했다.

한국사회학회 소속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속히 변화한 정치와 경제현실에 걸맞지 않은 제도의 지체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고용창출형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장기적 안목과 인내심 없이는 좋은 일자리를 단박에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경제학자 60% “이직·통상해고 쉬워져야”

민간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동 유연성 확보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고용과 이직, 통상해고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민간 일자리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대량실업이 발생했던 미국이 고용유지정책을 고수한 유럽보다 고용 회복이 빨랐던 배경도 이러한 유연성에 기반한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학자들도 ‘기존 근로자의 이직과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을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60.0%)라고 꼽았다. 한국경제학회 소속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 부진 사유로 통상해고를 할 수 있는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하고, 영업비밀보호와 전직금지약정의 완화를 통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도 경영상황, 성과평가에 따라 채용과 해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근로자 역시 이직 시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 확충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해고와 고용 사이에 놓인 실업 상태 근로자를 위한 핀셋 정책으로 실업급여 확대, 구직 촉진 수당을 통한 신속 취업 유인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정책 과제에 대해 학계가 요구하는 방향성은 이번 4대 학회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로 한국경영학회 회원들은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28.6%)’에 이어 ‘노동시장 유연화 통해 기업 일자리 창출 유도(20.5%)’, ‘규제 합리화를 통한 기업 일자리 창출 유도(17.9%)’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한편 4대 학회가 한자리에 모인 데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정치학회의 각 회장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공동학술대회를 성사시켰다. 최 회장은 특히 ‘민과 관의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만큼 새 정부에 의미 있는 정책 제언을 하려는 학자들과 뜻이 맞았다는 전언이다.

4대 학회 회원 대상 설문조사 문항은 각 학회 소속 연구자 5인이 공동으로 협의해 확정했다. 설문 실행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했다. 최종 응답자 수 1086명은 한국경영학회 소속 308명, 한국경제학회 210명, 한국사회학회 268명, 한국정치학회 300명으로 구성됐다. 응답자들의 소속은 대학(74.6%)이 가장 많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소(9.1%), 기업 및 기타 민간 연구소(5.2%) 등이 뒤를 이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