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약품 좀 보내주세요” 우크라이나 軍병원, 국내 병원에 직접 요청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03-31 03:00 수정 2022-03-3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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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갑상샘 관련 17개 약품 요청
명지병원, NGO 등 통해 보내기로
“국가적 차원에서 협조 이뤄지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 병원이 국내 종합병원에 공식적으로 의료 물품을 요청하는 서한과 리스트를 보냈다.

30일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우네 지역의 한 군 병원에서 ‘관련 물품을 지원해 주면 고맙겠다’는 서한과 함께 의료 물품 리스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해당 요청은 오랫동안 현지에서 의료 파트너로 있는 지인을 통해 받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 병원이 명지병원 측에 지원을 요청한 의료 물품은 총 17가지였다. 상처 소독 등에 사용되는 드레싱 제품과 출혈을 멈추게 하는 항혈전제, 그리고 심장이 멈췄을 때 응급 투입하는 아드레날린과 아트로핀 등 주사제가 포함됐다. 이들은 주로 전쟁으로 인한 총상 또는 외상, 중상, 심정지 상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응급 의료물품이다.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계통의 약품도 요청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이는 상처가 난 뒤에 생길 수 있는 염증을 줄이는 약품이다. 우크라이나에 갑상샘 질환이 많아 갑상샘약도 이번 지원 요청 물품에 포함됐다.

명지병원 김인병 응급의료센터장(대한재난의학회 이사장)은 “전쟁 재난은 재난의학회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라며 “전쟁이 발생할 경우 상황 자체가 급박하고 초반에는 총상이나 파편에 의한 상처 등 외상 관련 대응이 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 재난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 외상 외에 피부질환이나 안과질환 등 내과적 문제도 커지게 된다. 김 센터장은 “난민촌에 있는 사람 가운데 고혈압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안약, 피부연고, 감기약, 소화제 등은 내과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약품”이라고 말했다. 또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분도 많아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분들 역시 전쟁재난 의료봉사에서 꼭 필요한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병원은 국내 비정부기구(NGO) 및 기금단체 등과 협조해 이번에 요청받은 의료 물품을 최대한 마련해 현지에 보낼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서부의 군 병원뿐 아니라 수도인 키이우 쪽의 병원에서도 의약품 지원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민간병원이 혼자서 이런 요청을 감당하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협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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