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 스님 “화합으로 세상 녹이자”…文, 현직 대통령 첫 종정 추대법회 참석
동아일보
입력 2022-03-30 16:52 수정 2022-03-30 18:52
종정 성파 스님이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봉정받은 불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2.03.30. 뉴시스
“법문은 많이 준비했는데 양산 통도사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싹 잊어버렸다.”
30일 서울 조계사에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추대법회에서 법어(法語)를 시작한 성파 스님(82)의 말이다. 쉽지 않은 법어를 예상했던 참석자들 사이에서 큰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성파 스님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말로 법어를 대신하겠다”며 조계종의 전통문화 수호와 불자의 책임 등을 강조했다.
“계절의 봄은 왔는데 인간의 마음은 왜 그리 냉각돼 꽃을 못 피우는지…. 따뜻한 화합의 기운으로 인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울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불자의 임무와 책임이다.”
성파 스님은 이어 “가지 않으려고 해도 가는 게 인생길이고 나이 70, 80이 되면 아는 게 많다고 한다”며 “그걸 싹 다 잊고 시작하는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면 우리 가정과 사회, 국가가 새 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정 추대법회에서는 보기 드문 생활법문이자 즉석법문이었다. 알기 쉬운 파격의 법어가 이어지자 고개를 끄덕이는 신도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불교식 의례에 이어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봉행사, 원로회의 의장인 세민 스님의 추대사, 전국비구니회 회장인 본각 스님의 헌사 등이 이어졌다. 천주교 종교간대화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이웃종교계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헌법인 종헌에 따르면 종정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갖는다.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중임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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