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文사업…내년 예산안서 ‘한국판 뉴딜’ 빠졌다

세종=박희창기자

입력 2022-03-29 21:01 수정 2022-03-29 21:1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정부가 내년 예산안 밑그림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접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이유는 새 정부의 재정 여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첫 해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재정적자가 심각해 ‘재정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실적 부진한 정부사업, 지출 최대 절반 줄인다
정부는 29일 확정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기 위해 재정지출 재구조화, 재량지출 10% 절감 등 4대 재정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급증한 재정지출을 2019년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고용유지지원금, 방역지원 사업,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등과 관련된 지출이 대상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2019년 719억 원이었지만 2021년 1조900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5981억 원이다.

정부는 최근 실적에 따라 집행이 부진한 사업들은 지출을 10~50% 줄이기로 했다. 업무추진비, 특별활동비도 등 공공 부문의 주요 경비도 줄인다. 이 같은 방법으로 연간 300조 원이 넘는 재량지출을 10% 절감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최대한 존중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에도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예산 규모 자체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한 확장 기조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10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윤 당선인이 “재정 정상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운용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이전 정부보다 지출 자체는 줄어들 수 있지만 비효율적인 지출을 줄여 경기 변동 완화 대응 등 필요한 곳에 쓸 것”이라고 했다.


● ‘한국판 뉴딜’ 예산 사라져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선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들이 대거 자취를 감췄다. 올해 예산안에서 ‘한국판 뉴딜 2.0’은 33조1000억 원이었지만 내년 편성 지침에 ‘뉴딜’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해 내놨던 2022년도 편성 지침에서 뉴딜은 28번 등장했다. ‘K-방역’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도 마찬가지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현 정부의 사업인) 디지털과 저탄소에 대한 탄소중립, 심화된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은 지침에 다 녹아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수위에서 새 국정과제가 발표되면 보완 지침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편성 지침의 중요 사안은 인수위에 보고를 했다. 새 정부 정책을 더 반영해야 되는 부분들은 5월에 추가로 각 부처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내놓은 ‘2022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59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6.4%(3조6000억 원)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세수입 대비 감면액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13.9%로 추산됐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