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부터 농기계 수리까지… 임직원 재능기부로 지역 경제 활력

이형주 기자 , 정승호 기자

입력 2022-03-30 03:00:00 수정 2022-03-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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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항 여수]포스코 광양제철소 재능봉사단
직원 3분의 1이 봉사 활동 참여
도배 자격증 취득해 집수리 돕고…기술 연구원은 초등생 코딩 교육
임직원 급여로 조성된 재단 운영…모인 기금으로 명절마다 쌀 기부


광양제철소 임직원들은 2014년부터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지역민들에게 맞춤형 명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능봉사단은 숙련된 기술로 광양지역 소외계층이 가장 바라는 일을 지원해 돕고 있다. 8년 동안 재능 봉사활동을 통해 전문 기술자가 된 도배전문봉사단 회원들. 광양제철소 제공
다음 달 25일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쇳물을 생산한 지 35년이 되는 날이다. 1982년 광양제철소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해 1987년 제1용광로가 뜨거운 쇳물을 쏟아냈다. 광양제철소는 단위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5개 용광로를 가동해 연간 2150만 t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18년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선언했다. 기업시민은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것으로, 현대사회 시민처럼 사회발전을 위해 공존과 공생,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한가로운 어촌마을이던 광양은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도약했다. 광양제철소 직원 6700여 명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기업시민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전체 직원의 3분의 1은 각자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봉사단이다. 직원들에게 나눔이 생활 속에 묻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진수 광양제철소장은 “광양제철소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관계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실천해 지역사회가 신뢰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살린 사회공헌사업

광양제철소 임직원들은 2014년부터 재능봉사단을 만들었다. 그해 만들어진 전기, 도배, 농기계, 수중정화활동, 컴퓨터 수리 등 5개의 재능봉사단은 제철소 일을 하면서 습득한 전기, 용접 등 숙련된 기술을 살려 지금껏 사회공헌사업에 나서고 있다.

2014년 7월 결성된 도배전문봉사단원 38명은 8년 만에 도배전문 기술자가 됐다. 도배기술 자격증을 취득한 봉사단원들은 주로 소외계층 집수리를 한다. 지금까지 수리해준 집은 218가구. 봉사단원들은 2020년 가을 전남 광양시 옥곡면 옥곡마을 최모 씨(71·여) 부부 집을 수리해 준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최광석 도배전문봉사단장(55)은 “최 씨 부부 집은 지붕에 물이 새고 보일러도 고장 나 사실상 폐가나 다름없었다”며 “다른 재능봉사단과 함께 한 달 동안 수리해 새집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최 씨 부부는 도배전문봉사단 회원들의 도움을 잊지 못하고 있다. 최 씨는 “봉사단이 집을 고쳐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살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라며 “그 은혜는 평생 못 갚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기계수리봉사단도 8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83명의 단원은 광양 농촌지역 전체 마을 87곳을 돌며 오래된 경운기, 예초기 등 농기계 350대를 수리해줬다. 낡은 경운기는 부식된 철제 짐칸 때문에 수리가 쉽지 않다. 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사용이 힘들다. 농기계수리봉사단은 낡은 경운기 20대의 짐칸을 새로 만들어줬다. 이들은 봉사를 가기 1주일 전에 마을현장 사전답사를 간다. 고쳐야 할 농기계를 살펴보고 부품, 재료를 확보하거나 새로 제작할 짐칸 도면을 미리 그린다.

조은학 농기계수리봉사단장(59)은 “농기계를 수리하면서 어르신들과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며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도 봉사활동을 하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46개 분야에 봉사회원이 2500명

최근 만들어진 코딩교육 재능봉사단의 모습. 광양제철소 제공
광양제철소 재능봉사단은 현재 46개로, 회원이 2500명으로 늘었다. 회원 가운데 2200명은 광양제철소 임직원이고 나머지 300명은 임직원 가족이다. 광양제철소 전체 직원 33%가 재능봉사단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백 광양제철소 대외협력섹션 차장은 “직원 1명당 연간 평균 봉사 시간이 32∼34시간에 이른다. 사회공헌사업은 임직원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코딩교육 재능봉사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지만 초중고교에서는 마땅한 교재가 없다. 코딩교육 재능봉사단 강사는 광양제철소 기술연구소 박사 연구원들이다. 열연부 기술개발·공정제어 섹션 엔지니어들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학생들의 수강을 돕는다.

봉사단원 46명은 광양시내 지역아동센터 2곳과 광양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동차 충돌방지 장치, 무선 장난감, 침입방지기, 드론 등 각종 사물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배운다. 10개 종류 제품을 만들고 작동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체험실습을 한다.

봉사단원들은 지난해 광양 늘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 초중학생 10여 명과 드론을 제작해 작동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25만 원 정도 들어가는 각종 드론 부품을 후원받았다. 늘사랑지역아동센터 김모 교사(30·여)는 “코딩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제작한 드론을 집에 가져갈 수 있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은 지난해부터 광양시 종합교육복지서비스인 ‘나라찬’과 연계해 코딩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코딩교실은 매주 화요일 광양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학생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최기원 광양제철소 열연부 상무보는 코딩교육 주요 강사로 활동하면서 강의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문병두 코딩교육 재능봉사단장(57)은 “회원들 모두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취미가 재능봉사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광양지역 해양 환경 정화에 앞장서고 있는 클린오션 봉사단원이 그들이다. 클린오션 재능봉사단은 2009년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갖춘 직원들이 모여 수중 정화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매월 두 차례 광양제철소와 인근 해안가 해양환경 보호에 힘써 ‘바다지킴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상생 노력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광양제철소의 노력은 재능봉사단뿐만이 아니다. 광양제철소는 임직원들의 급여 1%로 조성된 포스코1%나눔재단을 통해 지역민에게 사랑과 온정을 전하고 있다. 그 대상은 아동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광양제철소는 2009년부터 매년 설, 추석 명절에 쌀을 구입해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13년 동안 쌀 3만1500여 포대(1포대당 20kg)를 지역사회에 후원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4억 원에 이른다.

광양제철소는 올 1월 설을 맞아 광양시 사랑나눔복지재단에 쌀 1664포대를 기탁했다. 재단 측은 희망의 쌀을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 94곳에 전달했다.

광양제철소가 기부한 쌀은 광양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것이다. 광양시 농산물마케팅과 관계자는 “쌀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광양제철소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구입한 뒤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해 농민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 담은 뻥튀기 받아가세요”…따뜻한 선물에 소외계층 웃음꽃



포스코 광양제철소 뻥튀기 봉사단


광양제철소 46개 재능봉사단 가운데 사랑 실은 뻥튀기 봉사단은 지난해 결성된 신생 단체다. 광양제철소 제공



지난해 4월 전남 광양시 중마장애인복지관 앞. 광양제철소 사랑 실은 뻥튀기 봉사단 회원 40여 명이 뻥튀기, 팝콘, 솜사탕을 만들어 복지관을 나서는 장애인들에게 나눠줬다. 중마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 600여 명이 이용한다.

중마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이모 씨(34·여)는 “뻥튀기와 솜사탕을 한아름 안은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난해 성탄절에도 찾아와줘 감동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성된 광양제철소 뻥튀기 봉사단은 광양지역 지역아동센터, 장애인, 어르신들의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뻥튀기, 팝콘, 솜사탕 3종 세트를 선물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대외협력섹션 임직원들은 포항제철소에 붕어빵 봉사단이 소외계층에 붕어빵을 선물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착안해 뻥튀기 봉사단을 만들었다.

임직원들이 뻥튀기를 봉사 품목으로 정한 것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료인 밀쌀을 넣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하나의 품목이 단조로울 것 같아 맛있는 팝콘을 만드는 비법도 배웠다. 박선 사랑 실은 뻥튀기 봉사단장은 “뻥튀기 3종 세트를 선물할 때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예쁜 풍선을 설치하고 네일아트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양지역 지역아동센터, 장애인, 노인들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며 웃음과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젊은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사회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사랑 실은 뻥튀기 봉사단 등 이색 재능봉사단 8개를 창단했다. 보금자리 정리정돈 봉사단과 행복이음 세탁 봉사단은 주거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챙기고 있다. 전래놀이 문화 봉사단과 두 손 반짝 네일 아트 봉사단은 코로나19로 지친 이웃들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이들 봉사단 외에 △돌보고 살리고(친환경 생활환경 개선) △마음 나눔 꽃꽂이(원예체험 활동) △손으로 그리는 희망 재능봉사단(캘리그래피) 등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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