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척추 질환 치료 선구자… 전국서 매년 7만 명 찾아

홍은심 기자

입력 2022-03-30 03:00 수정 2022-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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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노인척추연구소’ 개설해 20여 년 연구… 부분마취-최소 절개-무수혈-단기입원
노인 위한 시술법 4가지 원칙으로 치료
퇴행성 척추-관절질환 의료 나눔 실천, 1사 1촌 결연 적극 참여… 장학금 전달


사진은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신 원장은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바닥 생활보다는 식탁생활, 의자생활, 침대생활을 할 것을 권장한다. 또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회 이상 가볍게 걷고 스트레칭을 하면 허리 근육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제일정형외과병원(병원장 신규철)은 척추전문병원이다. 척추관협착증 등 노인성 척추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매일 300여 명, 연평균 7만여 명의 환자가 아픈 허리와 다리를 이끌고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온다. 병원을 찾는 환자 80% 이상이 60세 이상 노년층으로 70∼80대 환자가 주를 이룬다.


20여 년간 노인 척추질환 연구… 고령자 척추수술 전문


척추 건강은 고령자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하지만 척추 질환은 다른 질병처럼 치료가 쉽지 않아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 척추관협착증만 해도 광범위한 절제와 전신마취는 물론이고 통증, 수혈, 장기 입원 등 어르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 과잉 치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일반적으로 요통 환자의 10∼20%만이 수술이 필요하고 대부분은 비(非)수술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며 “꼬부랑 허리를 가진 초고령 환자도 칼을 안 대고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은 대학병원조차 기피하는 고령자 척추수술을 한다. 1999년 신정형외과로 문을 열고 ‘노인척추연구소’를 개설해 20여 년간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등 노인성 척추·관절 질환 치료에 전념했다. 고령 환자들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해 초기 환자들에게는 신경성형술, 선택적신경차단술, 미세내시경술 등 비수술적인 치료를 우선 시도한다. 이러한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미세현미경감압술 등 최소침습적인 수술을 시행한다.

신 원장이 이 분야를 특화한 배경에는 스승의 영향이 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 지도 교수가 노인 척추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코스투익 박사였다. 이곳에서 노인 척추를 전공한 신 원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고령자에게 맞는 시술법을 국내에 소개했다.

그의 시술법은 4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부분마취, 최소 절개, 무(無)수혈, 단기 입원이다. 노인 수술의 관건은 수술로부터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다. 적게 째고 마취 시간과 통증을 줄여야 하며 침상에서 빨리 벗어나 재활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당시 침상 안정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척추압박골절의 치료법인 척추성형술을 1999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도 신 원장이다. 척추압박골절의 척추성형술이란 골다공증이나 낙상으로 인해 짜부라진 척추 뼈에 풍선을 불어넣어 공간을 확보하고 풍선을 통해 골시멘트를 주입함으로써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방법이다.

흔히 척추관협착증에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약제를 주사하거나 경막외 공간에 스테로이드를 놓는다.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자주 사용하면 몸이 붓거나 혈당이 올라가고 뼈가 물러질 수 있어 1년에 2∼3회 정도만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효과가 없거나 다리 쪽으로 방사통, 마비, 저림증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미세현미경 감압술은 절개 부위를 줄이고 부분마취로 진행해 1시간 안에 수술이 끝난다. 3∼5배율의 수술현미경으로 환부를 보며 수술하므로 정밀도가 높다.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출혈이 적은 이점이 있다. 일주일이면 퇴원해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신의료기술 빠르게 도입하고 전문가 협진


신 원장은 이를 더욱 발전시킨 일측접근 미세감압술(UBF)도 선보였다. UBF는 협착 부위의 우측 또는 좌측의 한 방향으로 접근해 척추관을 깨뜨려 반대편까지 양쪽을 감압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정상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수술하는 장점이 있다. 수술 부위는 평균 1.5cm 정도에 불과하다. 회복이 빨라 운동 부족에 의한 여러 합병증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신 원장은 “어르신은 체력이 약하고 다른 내과적 질환을 동반해 치료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나이에 맞는 적합한 치료를 하면 편안한 노후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신의료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관절센터, 혈관영상의학센터, 재활의학센터, 내과 센터와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25명의 전문의가 긴밀하게 협진한다. 방문 당일 기본 진료는 물론 검사, 결과 상담, 약 처방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검사와 진료 서비스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내과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복합적으로 앓는 고령 환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체계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병동에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도입으로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 곁에 머물지 않아도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입원 환자를 직접 돌본다. 보호자는 간병비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간병비 부담이 적고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므로 일상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하고 사회 소외계층 돌봄 활동


‘엄마의 봄날’ 사례자 현장 사진
2015년부터 한 TV방송 ‘엄마의 봄날’에 출연해 퇴행성 척추·관절질환 환자들에게 의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12월엔 방송에 소개된 감동적인 사연을 엄선한 책 ‘엄마의 봄날’을 펴내기도 했다. 신 원장은 “인체의 기둥인 척추와 관절도 퇴행 과정을 겪는다”며 “어르신 대부분이 극심한 통증과 방사통, 저림 증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치료법으로 접근하는 척추 전문병원이 많지 않다”며 “이마저 도시에 몰려 있어 농어촌 산간벽지 어르신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은 ‘농촌사랑 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는 1사1촌 결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4년 11월 경기 여주시 산북면과 자매결연을 맺고 자매 마을의 건강 증진을 위한 무료 진료, 독감예방백신 무료접종, 각종 마을 행사 등을 지원해왔으며 2005년에는 강원 횡성군 서원면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또 2007년부터 자매결연 지역인 경기 여주시 산북면과 강원 횡성군 서원면 지역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2019년에는 장애인 직장운동경기부 스포츠선수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장애인 직장 운동 경기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선수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며 사회 소외 계층의 고용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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