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회장 “새 정부, 반드시 노동개혁 완수해야”

홍석호 기자 , 김창덕 기자

입력 2022-03-28 03:00 수정 2022-03-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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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인터뷰서 ‘정부 역할’ 강조
“새로운 산업에 맞춰 법도 바꿔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들어설 정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는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노동개혁은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 된다. 영국과 독일에서처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연임해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손 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과거 노동관계법을 만들 당시엔 노동자가 약하고 사용자가 강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며 “지금은 힘의 균형이 바뀌어 노동자들이 상당히 세졌기 때문에 노동 법규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낡은 노동 법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과거에 (법을 만들 당시) 지금의 게임산업을 생각이나 해봤겠느냐”라며 “새로운 산업이 자꾸 등장하는 만큼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 “MZ세대들은 경력이 아니라 자신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길 원하는데 그 말이 맞다”며 “대기업 노조가 유지하길 원하는 연공급 위주 급여제도에 대한 개혁 요구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기업 대상 처벌 규정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손 회장은 “경총에서 일반 행정법규 중 처벌 조항을 찾아보고 있는데 총 400개쯤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보다 공포에 질리도록 한다면 과연 좋은 법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여러 부분에서 노조 편향적이어서 재계 의견을 반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일괄 전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문제로 꼽았다.


“정규직 과보호가 되레 일자리 줄여… 중대재해처벌법 주먹구구”


손경식 경총 회장, 3번째 임기 시작
일부 노동자 파워 상당히 강해져 보호만 강조하던 제도 고칠 때
노동이사제 민간 확대될까 우려…기업에 대한 호감도 늘어 고무적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만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계에 대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정기총회에서 회장단 추대 및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두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손 회장은 세 번째 임기에서는 경제단체의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임 한 달여 만인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진행한 본보 인터뷰에서 손 회장은 새 정부에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손 회장은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노동관계법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후 ‘노동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 개정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보시다시피 힘의 균형이 바뀌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상당히 세졌기 때문에 노동 법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의 변화, 세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꾸 옛날 방식으로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며 “노동자의 과보호 문제, 특히 정규직의 과보호 문제는 오히려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경총 회장인 동시에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 회장은 택배노조(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이번 파업도 일부 노동자 과보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65일간 파업했고, 지난달에는 CJ대한통운 본사를 18일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택배노동자 전체의 8%만이 파업에 참여하고 나머지 92%는 그대로 일을 했습니다. 결국 파업 때문에 고객이 떨어져 나가면 열심히 일한 92%만 피해를 입는 거죠. 정부에는 사업장 내 농성을 막아 달라, 노조가 파업을 하면 대체근로를 허용해 달라는 딱 두 가지만 요구해 왔는데 결국 안 받아주더군요.”

손 회장은 노동개혁의 키워드로 ‘노동유연성’을 꼽았다. 손 회장은 우선 “일자리 문제는 길게 봐야 한다. 투자가 많아야 사업이 커지고 일자리도 많아진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 안타깝지만 결국은 ‘한국에서는 기업하기 괴로우니까’ 나가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정규직만 너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전체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손 회장은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시작되면 몇 년 후 민간기업에도 적용하자는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짚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회장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몇 나라 안 되는데 그중 독일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며 “그런데 독일은 기업마다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가 별도로 있고 노동이사는 감독 이사회에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경영 이사회만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근로자 대표에게 사실상 경영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또 산업 현장 대부분에 영향을 주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처법은 사고 피해자가 청원을 한 뒤 여론에 떠밀려 한 달 만에 만들어졌다”며 “영국에서 비슷한 법을 만드는 데 토론에 토론을 거쳐 13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노조는 표가 많고 기업은 표가 없는 거라고 착각하는데 우리(재계)도 표가 있다는 걸 보여줄 방법을 연구하겠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손 회장은 기업들에 ‘호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비호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는 동아일보 자체 조사결과와 관련해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팬데믹이라는 위기에서 기업들이 (백신, 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게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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