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 17.22% ‘껑충’…역대 3번째 고공행진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3-23 12:27 수정 2022-03-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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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단지. 2022.3.22/뉴스1
정부가 올해 적용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을 17.22%로 확정했다. 세금폭탄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해(19.05%)보다는 1.83% 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또 1주택자와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은 23일(오늘) 이런 내용의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24일(내일)부터 4월 12일까지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받은 뒤 4월 29일 최종 결정, 공시된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공시가 상승률이 전년보다 낮아지고,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세종과 서울 등 주요 대도시지역과 경기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시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음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올해 공시가 산정의 주요기준이 되는 지난해 집값 상승률(9.93%)이 전년(5.36%)보다 배가량 높아진 상황에서 공시가가 낮아진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시가는 지난해에도 시세 상승률과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전되는 지역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문제가 잇따르면서 ‘깜깜이 산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 공시가 상승률 역대 3번째 고공행진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적용할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17.22% 상승했다. 역대 3번째 높은 상승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2003~2008년)인 2007년(22.7%)이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지난해가 19.05%로 2위였다.


또 2006년 국토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두 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첫 번째 사례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로, 2006년(16.2%)과 2007년에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는 2020년까지 2013년(-4.1%)을 제외하곤 매년 0.3~6.0%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시도지역 가운데 집값 상승률(16.42%)이 두 번째로 높았던 인천이 29.33%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16.56%)였던 경기가 23.20%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전남(5.29%)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지역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 주요 대도시는 낮아지고, 도 지역은 높아졌다



© News1
눈길을 끄는 점은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에선 인천(지난해·13.60%→올해·29.33)과 광주(4.76%→12.38%)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공시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세종이 지난해 70.24%에서 올해 -4.57%로 곤두박질친 것을 시작으로, 서울(19.89%→14.22%) 부산(19.55→18.31%) 대구(13.13%→10.17%) 대전(20.57%→16.35%) 울산(18.65%→10.87%) 등의 상승폭이 모두 낮아졌다.


반면 도 지역에서는 경기(23.94%→23.20%)만이 유일하게 낮아졌을 뿐 나머지 지역은 모두 올랐다. 특히 제주가 지난해 1.73%에서 올해 14.57%로 수직상승했고, 강원(5.18%→17.20%) 경북(6.28%→12.22%) 충남(9.23%→15.34%) 전북(7.41%→10.58%) 등은 모두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서울시에서는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의 공시가 상승률이 20%를 넘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하지만 강남(13.96%→14.82%)과 용산(15.24%→18.98%)을 제외한 나머지 23개 구 모두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특히 관악(21.38%→10.69%) 금천(22.58→10.18%) 강북(22.37%→11.15%) 동대문(26.81%→12.66%) 성북(28.01%→13.39%) 강동(27.25%→11.35%) 중(21.95%→10.87%) 등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 세금 폭탄은 줄어들까…지난해 종부세 대상자 올해도 폭탄 불가피


올해도 지난해처럼 공시가가 대폭 높아졌지만 1주택자나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세금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우선 1주택자에 대해선 정부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기로 했다. 만약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와 같거나 낮은 경우에는 올해 가격을 적용한다.


또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1주택자도 가격 구간별로 세율을 0.05%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전체 주택의 93.1%)은 올해 재산세가 2020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다만 지난해 종부세를 냈던 고가 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은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종부세를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종부세 수입을 2417억 원으로 지난해(2295억 원)보다 5.3%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올해 공시가 상승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로 추가될 것으로 추정되는 6만 9000명은 제외해주기로 했다. 즉 지난해 납부자 14만 5000명이 고스란히 늘어난 종부세 수입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양도·증여·상속이 이뤄지는 시점에 내게 하는 ‘종부세 납부 유예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은퇴 등으로 매년 세금을 내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다만 대상자는 1주택자이면서 총급여가 7000만 원(종합소득금액 6000만 원) 이하이고, 종부세액이 100만 원을 초과한 경우로 제한된다.


이밖에 건강보험료 산정시 공제액 규모를 현행 500만~13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높이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대해선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의 일부에 대해서도 공제해주기로 했다. 또 공사가격 조정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다양한 복지제도도 수급자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 또다시 재연될 깜깜이 산정 논란



한편 이런 공시가격안에 대해 깜깜이 산정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올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적용한 공시가 현실화율을 전년(70.2%)보다 1.3%포인트 높인 71.5%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9.93%로 전년(5.36%)보다 배가량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상승률이 20~3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선과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세 부담 완화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공시가 산정과정에서 조정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산정할 공동주택 가격을 지난해 11월 이후 실거래가 하락분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는 10월까지 계속해서 오르며 누적 상승률이 16.3%에 달했다. 하지만 11월과 12월 연속 떨어지면서 연간 상승률은 14.2%로 최종 집계됐다. 그 결과 전년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상승률(20.8%)보다 낮아졌고, 이를 공시가 산정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가뜩이나 불신을 받고 있는 공시가격 산정체계에 대한 불신과 혼란만 부추긴 셈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발표되고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올해 공시가격을 산정하고서도 전년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과세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도 일부 지역과 재정비 사업 대상 공동주택 위주의 가격상승이 예상되는데, 2023년에도 2021년의 공시가격을 빌려와서 과표 산정을 할 수는 없다”며 “공시가 로드맵의 방향성 수정이나 세법 개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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