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대출금지 개편?…중대형·상급지 갈아타기 가능해지나

뉴시스

입력 2022-03-23 06:47 수정 2022-03-23 06:4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김모(37)씨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강남구로 이사를 가고 싶지만 ‘15억원 대출규제선’에 포기해야 했다. 현재 사는 집은 대출이 일부 껴 있는데, 이 집을 팔고 강남의 집을 사려면 15억원 이상이라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본인 소유의 집을 전세놓고 전세로 갈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장모(36)씨는 아이가 태어나고 재택근무로 업무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근처에서 평수를 넓혀 이사가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라 부모님께 자녀 양육 도움을 받기에 사는 곳 인근에서 멀리 떨어질 수는 없는데, 대체로 시세가 15억원 이상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체로 현 정부에서 더해진 반시장적 규제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데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재건축 규제완화나 세제 개편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가장 빠르게 손질할 수 있는 분야는 대출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는 집값이 9억원 이하일 경우 40%, 9억원 초과분에 20%가 적용된다. 여기에다 집값이 15억원을 넘어서면 아예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자라도 상급지, 더 넓은 집으로의 이동이 사실상 막혀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금수저’나 현금 부자들만 좋은 동네, 좋은 집에 살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온 이유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고가의 부동산을 100% 자기자본만 투입해 매수하기란 힘든데, 실수요자나 무주택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집을 사지 말라거나 주거 수준을 향상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8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집을 보면 “주택 대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주택금융 제도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적혀 있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한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규제에 대해 “시장의 기능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규제”라며 “정부가 하수를 뒀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출제한이 없어지면 이미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된 유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매도·매수하는 데 드는 세금과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같은 가격대의 집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다운 그레이드’가 되는 만큼, 더 좋은 환경으로 이주하려면 일정 부분 차입이 불가피하다.

예를들면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1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 59㎡는 14억~15억원 선에서, 전용 84㎡는 17억~19억원대에서 거래된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도 전용 59㎡는 13~16억원대, 전용 84㎡는 17억~20억원대다. 15억원 짜리 집을 팔고 같은 단지 17억원대의 주택을 매수하려면 실제로는 2억원의 차이가 나지만 15억원을 넘기 때문에 대출이 안나와 넓은 집으로 옮겨가기 힘들다. 기존에 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실제 필요한 돈은 2억원이 아니라 대출금액만큼 더 필요하기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대출규제 완화가 눌러놓은 집값을 다시 뛰게 하는 불쏘시개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로 공급을 막는것보다 차라리 거래가 활발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을 내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15억 초과 대출을 막았다고 해서 집값이 안 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야 공급물량도 늘고 단기공급도 되는 것”이라며 “같은 단지에서 큰 평수로 옮겨가고 싶어도 대출이 안나와 포기하는 이런 부분은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출 규제 완화가 피부로 느껴지려면 현재 40%로 설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 교수는 “LTV만 완화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DSR도 함께 조정해야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