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업 해외진출-기술자립 등 물산업 띄운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22-03-23 03:00:00 수정 2022-03-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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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클러스터-‘초순수’ 생산 지원
물산업단지에 실증플랜트 갖추고 기술中企에 전시-협업 기회 제공
반도체용 ‘고순도 물’ 국산화 위해 설계-생산-운영시설 단계적 구축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물산업 클러스터. 정수 하수 폐수 등 다양한 물을 활용해 연구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을 갖춘 이곳은 국내 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 시장 진출을 돕는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1000조 원. 2020년 기준 세계 물 시장 규모다. 앞으로도 매년 3%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산업이 미래의 유망 사업을 뜻하는 ‘블루 골드(Blue Gold)’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물산업 분야 매출액 46조 원(2020년 기준) 중 수출액은 1조8000여억 원으로 3.9%에 그친다. 국내 시장은 상·하수도 관련 사업에만 집중됐다. 정부는 물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보통신과 바이오기술, 에너지기술 등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물의 양이 늘어날 뿐 아니라 물 관련 기술이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기술개발-해외진출 전 과정 지원
대구 달성군 물산업 클러스터에 입주한 그린텍은 상하수도, 조선소, 발전소 등 물을 다루는 다양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펌프를 만든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펌프를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펌프는 작동이 안 되면 공정을 중단하고 물을 뺀 뒤 해체해 이물질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수중 카메라가 달린 IoT 펌프는 실시간으로 상태를 진단하고 어떤 이물질이 어디에 끼었는지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만 베트남 등 해외플랜트 기업에 펌프 1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해외 진출에는 물산업 클러스터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이정곤 그린텍 대표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해외 전시 참여나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며 “해외 고객사들이 실증(實證) 시설을 제대로 갖춘 클러스터 시설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신뢰하는 점이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증 시설이란 물 관련 실험 연구 시설을 뜻한다.

물산업 클러스터는 그린텍처럼 물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한다. 정수 하수 폐수 등 다양한 물을 활용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이 갖춰져 있다. 물산업 실증화 시설에는 103개 기업이, 클러스터 인근 집적단지에는 3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2025년 초순수 국산화 목표
다양한 물 기술 중 최근에는 초순수(Ultra pure water) 관련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초순수는 오직 수소와 산소로만 구성된 고순도 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도가 높은 이 물은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 세척에 꼭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경제 버팀목이다. 반도체용 초순수 시장의 국내 수요는 2020년 1조1000억 원 규모에서 2024년 1조40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초순수는 만들기가 쉽지 않다. 물 속에 있는 유기물과 이온 성분 미생물 중금속 등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20∼30여 개 공정을 거치는 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이 이 같은 초순수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이 생산 시설 설계를 맡으면 국내 기업은 시공에만 참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제조 기술의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한국형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 전략의 하나로 반도체 품질과 직결되는 공업용수이자 핵심 소재인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기술의 국산화 추진에 나섰다.

최근 경북 구미시 SK실트론 생산 공장에서는 초순수 실증 플랜트 착공식이 열렸다. 연내 초순수 설계 1단계 실증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초순수 국내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루 2400t 초순수 생산, 생산 공정 설계와 운영 기술의 국산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선진국 간 산업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품질과 직결되는 공업용수이자 핵심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진국에만 의존하던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기술 자립을 위해 환경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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