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콘텐츠, 패션엔 어떻게 쓸까? 맞는 옷 추천 Z세대 사로잡아

김선미 기자

입력 2022-03-21 03:00:00 수정 2022-03-21 16: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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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6〉 ‘에이블리’ 강석훈 대표
누구든지 입점해 옷 파는 플랫폼…유통거품 줄인 저렴한 의류 인기
판매 3만-구매 112만명 매일 이용…10대 창업 늘며 ‘억대 수입’ 나와
“옷가게 연결해주는 쇼핑앱 아닌…넥스트 커머스 생태계 만드는 중”


서울 강남교보타워에 있는 ‘에이블리’ 사무실에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가 자사 앱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개인화 알고리즘을 통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추천해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요즘 국내 10, 20대에게 강력한 패션 인플루언서가 있다. 올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진입이 예상되는 패션 쇼핑앱 ‘에이블리(ABLY)’다. 교복 위에 입는 후드 티, 놀이공원 갈 때 입는 반바지 등을 1만∼2만 원대에 살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4만3000여 명이 멤버로 활동하는 ‘에이블리 진심녀들’이라는 그룹도 있다. 상황에 맞는 옷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또래들의 댓글이 달린다.

이 앱을 만든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강석훈 대표(38)는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왓챠’를 공동창업했던 인물이다. 왓챠처럼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패션산업에 구현할 수는 없을까. 강 대표가 2018년 에이블리를 시작하며 품었던 질문이다.
○ “‘패알못’이라 선입견 없었다”
서울 강남교보타워에 있는 에이블리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발렌시아가’ 운동화가 먼저 눈에 띄었다. 모자와 맨투맨, 바지는 검은색이었다. 입은 옷의 브랜드를 물었더니 “PPL(간접광고)이 될까 조심스럽다”면서 “옷은 ‘준지’, 모자는 ‘우영미 파리’”라고 답했다.

―스스로를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던데.

“워낙 안 꾸미니까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완벽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패알못이었던 것 맞다. 그랬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다양한 사용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중퇴다. 4학년 1학기를 끝내고 공익근무를 마치던 시기에 친구들과 시작한 “왓챠에 미쳐” 휴학 학기가 다 찬 것도 모른 채 제적당했다. 이후 “20대 공동창업자들과 동아리처럼 회사를 운영하다가” 왓챠를 나왔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가는 건 생각 안 해봤나.

“경기 수원 외곽지역에서 자랐는데 시내의 학교를 다니려면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 시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폐지 줍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불평등한 구조를 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티브 잡스의 앱스토어를 보면서 누구나 개발할 줄 알면 도전해 재능을 성취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왓챠의 경험이 에이블리로 이어졌나.

“왓챠를 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사람들이 블록버스터만 주로 본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다양한 좋은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그걸 추천해주자는 생각을 했다. 에이블리도 같은 발상이었다. 패션을 콘텐츠로 접근해 각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넥스트 커머스’ 생태계 통해 창업 도울 것”
유튜브에 ‘에이블리’를 치면 ‘억대 매출 달성한 에이블리 학생사장 브이로그’ ‘열여덟 살에 쇼핑몰 창업하기’ 등이 뜬다. ‘에이블리 입점’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후기가 나온다. 에이블리는 입점 조건만 맞추면 누구나 옷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3만 명의 ‘셀러(판매자)’가 에이블리를 통해 상품을 팔고 하루 112만 명이 이 앱을 이용한다.

그런데 강 대표는 에이블리를 패션 쇼핑앱 회사라고 일컫지 않는다. ‘넥스트 커머스’라는 생태계를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한다. 다른 경쟁회사들이 ‘있는 브랜드를 모아 보여주는 곳’이라면 에이블리는 ‘창업을 돕고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에이블리에 10대가 많이 모이는 이유는….

“에이블리는 1인 판매자를 돕는 플랫폼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기성 브랜드보다 저렴한 상품이 많았다. 값싸고 다양한 스타일로 소비하려는 사용자들이 모이다 보니 그중에 10대가 많았다. 지금은 10대뿐 아니라 20∼40대도 동일한 비중으로 에이블리를 이용한다.”

―에이블리에서 보여주는 옷들이 10대가 입기엔 성숙한 것들도 있다. 미래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는가.

“패션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10대 문화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게 될 거야, 이게 안 될 거야’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부모 세대는 모르는 또래 문화가 있었는데 이게 양지로 떠오른 게 아닐까. 요즘 10대는 유행보다 자신의 취향을 따르고 남의 취향도 존중한다. 브랜드의 설명보다 또래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궁금해한다. 더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에이블리가 옷값에 거품을 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옷값은 브랜드 등 여러 요소로 매겨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에이블리가 과도한 유통망을 줄이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걸러내는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에이블리 화면은 개개인의 쇼핑 패턴에 따라 다르게 노출된다. “한국인의 취향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강 대표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보는 관점을 키운 책들=①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커뮤니티의 성장과 구조에 대한 고민) ②나관중의 ‘삼국지’(각 인물에 자신을 투영해 수양) ③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인간 정신의 위대함) ④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내 삶과 선택의 주체가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⑤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다음 회에는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기업과 창업가에 대한 질문이 있으면 startup@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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