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양기 ‘통합·협력’ 이야기 담은 와인 눈길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03-17 09:49 수정 2022-03-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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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거리두기 여파로 홈술과 혼술 트렌드가 일상적인 주류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와인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다양한 패키지 디자인과 각각의 와인에 얽힌 이야기(스토리)는 혼자 즐기거나 소규모 모임에서 신선함을 더했다.

‘통합’과 ‘협력’ 등이 자주 언급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와인은 스토리 상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주류문화에도 녹아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강조하는 통합과 협력, 합작 등의 스토리를 담은 와인이 다양하게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통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합작이나 협력 스토리를 가진 와인을 모아봤다.


○ 이탈리아·칠레 와인명가의 만남 ‘알비스’

‘새벽’을 의미하는 와인 ‘알비스’는 이탈리아 안티노리와 칠레의 하라스 데 피르케가 의기투합해 지난 2004년 최초 빈티지 출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2가지 품종을 섞어 만든 블렌디드 와인으로 대표적인 국제품종 카베르네 소비뇽(80%)과 까르메네르(20%)가 사용된다. 칠레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시기에 탄생한 브랜드로 쉽게 재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까르메네스의 블랜딩 기술이 조화를 이뤄 무난하면서 섬세한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프랑스와 미국이 협력한 고급 와인 ‘오퍼스 원’

프랑스와 미국이 만난 와인 브랜드로는 ‘오퍼스 원’이 있다. 작품이라는 의미의 ‘오퍼스(Opus)’와 첫 번째라는 뜻의 ‘원(One)’이 합쳐져 최고의 작품을 목표로 만들어진 와인 브랜드다. 각국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자가 협력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와인명가 로칠드 가문의 필립 로칠드(Philippe de Rothschild)와 나파밸리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하와이에서 만나 오퍼스 원 프로젝트를 논의했다고 한다. 필립 로칠드 남작은 보르도 와인 2등급에 지정됐던 샤토무통 로칠드를 각고의 노력을 통해 1등급으로 진급시킨 인물이다. 현재 일반화된 샤토 병입제도를 도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로버트 몬다비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본인 이름을 딴 로버트 몬다비 와인을 출시해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들이 만든 오퍼스 원은 역사적 인물의 합작와인으로 론칭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오퍼스 원은 명성에 걸맞은 성공을 거뒀다. 특히 이미 명성을 가지고 있던 보르도 그랑 크뤼 샤토가 프리미엄 와인 분야에서 미래가 불투명했던 나파밸리에 투자해 성공했다는 것은 필립 로칠드 남작의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두 명의 와인 영웅들이 합작한 만큼 가격대가 높다.


○ 프랑스 와인명가와 칠레 자연환경이 만남 ‘에스쿠도 로호 그란 레세르바’

‘에스쿠도 로호 그란 레세르바’는 와인 본고장인 프랑스 와인명가와 칠레 천혜의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와인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된 바롱 필립 드 로칠드는 유럽의 전통적인 와인명가와 다르게 열린 자세로 신대륙 와이너리들과 협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바롱 필립은 칠레 와인업체와 합작으로 만들어 낸 ‘알마비바(Almaviva)’를 통해 칠레 명품 와인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로칠드 측은 보다 공격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가문을 상징하는 ‘붉은 방패’ 라벨과 라틴어 이름을 적용한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 탄생 비화다. 프랑스 와인 풍미를 가진 칠레 와인이면서 장기 숙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르메네르, 카베르네 프랑 등이 섞인 와인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 미국 대통령 오마주 와인 ‘더 페데럴리스트’

합작와인은 아니지만 미국 와인 중에는 과거 대통령을 오마주해 만든 제품도 있다. ‘더 페데럴리스트’는 텔라토그룹 와인 브랜드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벤 프랭클린)을 비롯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알렉산더 해밀턴 등을 오마주한 와인을 선보였다. 실제로 벤 프랭클린은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다. 국가 지도자의 와인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 더 페데럴리스트 와인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더 페데럴리스트 어니스트 레드 블랜드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와인이다. 부드러운 맛과 긴 여운이 특징으로 불고기나 갈비찜, 피자, 미트볼 스파게티 등과 어울린다고 한다.


○ ‘오바마 와인’ 캔달잭슨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선호한 와인 ‘캔달잭슨’ 역시 정치 이슈가 큰 시기에 떠오르는 브랜드로 꼽을 수 있다.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미국 대표 와이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품종 100%로 만들어진 화이트와인이다. 출시 이후 26년간 미국 샤르도네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출시한 이 와인은 출시된 당시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되면서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대 와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부르고뉴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는 화이트와인이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언급해 ‘오바마의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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