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역사라 생각했는데, 전쟁은 지금도…”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3-17 03:00 수정 2022-03-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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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서사 천착 극작가 김도영
6·25배경 ‘금조 이야기’ 30일 개막
전쟁으로 변해가는 인간군상 표현


연극 ‘금조 이야기’를 쓴 김도영 작가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면 100명, 200명을 등장시켜도 될 정도로 전쟁을 경험하는 이들의 삶은 각기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극작가 김도영(34·사진)의 이력은 전쟁서사로 빼곡하다. 배경은 주로 제2차 세계대전. 2020년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안겨준 ‘왕서개 이야기’는 일본군에 가족을 잃은 왕서개가 가해자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다. ‘무순 6년’은 1950년 중국 푸순(撫順)의 전범관리소에서 벌어진 일을 그렸다. ‘수정의 밤’은 전후 중국 간도와 북한 신의주를 경계로 국경이 그어진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30일 개막하는 신작 ‘금조 이야기’는 그가 처음 선보이는 6·25전쟁 이야기다.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15일 만난 그는 “지금껏 오래전 역사를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전쟁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며 “내가 쓰는 전쟁 이야기가 동시대 서사가 되고 있는 상황이 참 묘하다”고 말했다.

‘금조 이야기’는 금조와 그녀가 만난 36명의 피란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관객은 금조의 시선을 따라 전쟁을 겪는 무수한 삶을 목격하게 된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완전 다른 사람이 돼요. 선량한 사람이 포주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변하는 모습으로 전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쟁 서사에 천착하는 그가 ‘금조 이야기’를 구상한 건 연극 ‘붉은 낙엽’의 각색 과정에서였다.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을 적극 변호하던 아버지가 점점 아들을 의심해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린 ‘붉은 낙엽’에서 딸을 잃어버린 여성이 모티프가 됐다. “미처 못 쓴 그녀의 이야기를 제 안에 보관해뒀다가 이번에 딸을 잃어버린 피란민의 여정으로 쓰게 됐죠.”

5년 전 ‘무순 6년’을 쓸 때 그는 전쟁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전쟁에서 파생된 것들에 빠져들었다. 이론서, 체험수기, 전쟁사…. 책 구입에만 수백만 원을 썼다. “전쟁이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 학살 같은 행위에 몰입하게 됐어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사람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금조 이야기’는 4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함께 전쟁도 끝이 난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금조,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전쟁이 할퀴고 지난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지 묻는 작품이에요. 전쟁이 금조에게,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주목하게 되실 거예요.”

30일∼4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전석 3만5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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