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GOS’ 논란 확산에 ‘노트7’ 악몽 재연되나

뉴시스

입력 2022-03-16 14:47 수정 2022-03-16 14:4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성능저하 논란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배터리 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갤럭시 노트7’의 조기 단종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16일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품질 논란에 공식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및 이용자들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시장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인 한종희 DX부문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갤럭시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사태와 관련해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허리를 숙였다.

최근 논란이 된 GOS는 고사양 게임을 장기간 구동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기기 성능을 임의로 낮추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문제는 GOS가 지나치게 성능을 제한하면서 고사양 게임 구동에 차질을 일으켰고, 이전 갤럭시S 시리즈와 달리 갤럭시S22 시리즈에선 GOS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 자체를 막아 논란을 키웠다.

한 부회장은 “GOS는 게임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 한도까지 CPU, GPU의 성능을 제한해 발열은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 목소리가 많아 이를 반영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배포했다”면서 “앞으로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이러한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전자가 GOS 기능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발열 제어’다. 고사양 게임 등으로 인한 기기 과부하를 막고자 GOS를 통해 기기 사양을 임의로 낮추는 것이다. 전자기기에서 발열이 일어날 경우엔 ‘스로틀링(Throttling)’이라고 불리는 성능 감소 현상이 일어나는데, 발열 제어는 열이 아예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이 오르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GOS 논란을 낳은 갤럭시 S22 시리즈의 경우 발열 문제를 막기 위해 냉매를 통해 열을 낮추는 ‘베이퍼 챔버(Vapor Chamber)’를 탑재했고 삼성전자 측도 이를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발열을 충분히 제어하기에는 베이퍼 챔버의 크기가 작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하드웨어만으로 발열을 온전히 잡기 어렵다고 판단돼 GOS를 이용해 애초에 기기가 최고 성능으로 가동되지 않게 함으로써 발열을 막고자 한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가장 강력한 갤럭시 S 시리즈”라며 광고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삼성전자가 과대 광고를 했다는 주주들의 원성이 컸다. 특히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카페와 유명 스마트폰 커뮤니티는 이날 주총장 앞 도로에서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써라”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등 전광판을 띄운 트럭시위까지 진행했다.

이에 한 부회장이 허리까지 숙여가며 사과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게다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되면서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GOS 문제는 그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용자들의 본격적인 분석이 시작됐고, ‘삼성이 서버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논란이 커졌다”며 “GOS 기능 자체보다는 삼성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거나 고지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적용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가 고가의 스마트폰 성능을 강제로 제어하면서까지 발열 문제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이유는 2016년 8월 출시한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기기를 충전 중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 발화하는 사고가 잇따랐고,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발생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결국 노트7 출시 2주 만에 고동진 당시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 사장이 나서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판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의 노트7 구입 시기와 상관없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고, 개통 취소 및 환불 기간도 연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발화 및 폭발 사고는 계속됐다. 미국·유럽·일본·인도·캐나다 등 국가에서는 항공기내 노트7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해외에 공급한 물량을 1·2차에 걸쳐 리콜했다. 미국에서 리콜된 물량만 190만대였다. 노트7는 삼성전자가 10월 11일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출시 54일 만에 단종됐다.

당시 삼성전자의 결정은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조치였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1차 리콜 비용 1조5000억 원, 2차 리콜 비용 2조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노트7 조기 단종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7조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한 것었다.

업계는 당시 노트7 리콜 사태를 두고 故 이건희 회장의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을 떠올리기도 했다. 1995년 3월 삼성전자의 구미사업장에서 있었던 애니콜 화형식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에 변혁을 가져온 중대한 사건으로 회자된다. 당시 선언문에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은 품질과 기술력이 없으면 결코 생존하지 못한다”는 문구가 주목 받았다.

이처럼 과거 삼성전자는 위기를 기회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GOS 사태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처는 아쉽다는 평이 많다. 이날 주총에서 명확한 보상이나 향후 대책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차기작에서의 해결책을 확실하게 공언해야 한다”며 “백 번 양보해 이미 나온 제품에 대한 문제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차기 제품에서의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정공법밖에 없다. S시리즈가 갖고 있던 ‘성능 중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쌓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