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 단독 체제로… 후계 구도 ‘원점’

전남혁 기자

입력 2022-03-16 03:00 수정 2022-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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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임종윤 대표직 사임하고 장녀 임주현 사내이사 물러나
3남매 동일선상 경쟁하게 돼
모친 송회장 의중에 관심 쏠려



한미약품그룹의 후계 구도가 안갯속에 빠졌다.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주회사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도 지주사 사내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한다. 임 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사진)의 단독 경영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향후 후계 구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24일 열릴 주주총회에 임종윤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고 15일 밝혔다. 임 대표는 12년 만에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재작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도 곧 자진 사임한다. 임 대표와 임 사장,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사장으로서의 직책과 업무는 유지한다.

송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한미사이언스를 이끌었던 임종윤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3남매 가운데 임 대표가 앞서가던 한미약품 후계 구도가 뚜렷한 선두 없는 경쟁 체제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임 대표는 2009년 한미약품 이사를 거쳐 2016년부터 한미사이언스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고 임 전 회장이 2020년 타계한 후에는 모친인 송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를 이끌었다. 당시에는 임 대표가 일찌감치 후계자로 정해졌다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번에 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그룹의 차기 후계 구도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업계에서는 임 전 회장 타계 전후 임 대표 체제하에서 한미약품이 기대보다 낮은 성과를 올렸고, 내부에서 리더십에 대한 전면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른바 ‘과도기’라 할 수 있는 송 회장 체제 이후의 후계 자리를 놓고 임 대표와 임주현·종훈 사장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3남매의 지분 보유량도 비등해 후계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은 송 회장이 11.65%, 임 대표가 7.88%, 임주현 사장 8.82%, 임종훈 사장이 8.41%이다. 당초 임 대표는 3남매 중 가장 많은 8.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임 전 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난달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처분하면서 지분이 줄어들었다. 결국에는 송 회장의 의중과 판단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 측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사외이사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한미사이언스의 현 상황을 해소해 선진화된 ESG 경영 체제를 갖추면서도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해 책임경영을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에서 3남매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후계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유럽한미의 현지화와 중국 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백신 등 해외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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