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에 ‘女風’… ESG-소비자보호 전문가 잇단 발탁

신지환 기자

입력 2022-03-15 03:00 수정 2022-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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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7곳중 5곳 女후보 추천
은행-보험-카드사도 잇달아 선임… 개정된 자본시장법 8월 시행
여성이사 반드시 1명은 둬야… ESG 경영기조 확산도 영향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회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잇달아 발탁하며 금융권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특정 성(性)이 이사회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데다 금융사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 남성 위주였던 이사회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 및 3개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5곳이 신임 사외이사로 여성 후보를 추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최경록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김 교수는 신한금융의 ESG 및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수립 등에 참여한다. 이로써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재추천된 윤재원 사외이사를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첫 여성 사외이사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발탁했다. BNK, JB, DGB 등 지방금융지주들도 일제히 법률, 회계 분야에 정통한 여성 전문가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은행과 보험, 카드사들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 행렬에 동참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전문가인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삼성생명은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각각 신임 사외이사로 발탁해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강화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 영향이 크다. 이 법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의 이사회를 하나의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 이사가 없는 금융사들은 반드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금융권에 ESG 경영 기조가 확산되면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보 등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 과제가 됐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된 여성 비중은 2020년 24.8%(29명)에서 지난해 37.4%(49명)로 늘었다. 우리금융도 2020년 20.0%(32명)였던 여성 사외이사 후보 비중을 지난해 28.8%(46명)로 끌어올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단계”라며 “디지털, 소비자 보호 등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에 여성 이사를 배치하면 ESG 경영 실천과 전문성 강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보여주기’식 여성 이사 선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120곳이 이달 주총에서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43%였다. 반면 신규 선임 사내이사 중 여성 비중은 2.7%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적인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사내, 사외이사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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