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강입자충돌기’ 3단계 가동 돌입… ‘암흑물질’ 찾을 수 있을까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3-14 03:00:00 수정 2022-03-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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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당시 극한의 고온-고압 재현 …2013년 ‘힉스 입자’ 입증해 주목
이달 시운전 거쳐 4월부터 가동
2단계 대비 가속 에너지 4.6% 늘려…힉스 붕괴 후 생성되는 입자 탐구
암흑물질 등 새로운 물질 발견 기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입자를 충돌시켜 빅뱅 직후의 우주 환경을 구현하는 거대강입자충돌기(LHC)가 3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해 4월 3단계 가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3단계 가동을 통해 힉스 입자의 본질을 탐구하고, 암흑물질을 관측할 계획이다. 사진은 LHC의 대형검출기 중 하나인 CMS. CERN 제공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실험장치인 거대강입자충돌기(LHC)가 3년간의 긴 휴식기를 마치고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인류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새로운 입자를 포함한 암흑물질 등을 관측하기 위한 3번째 가동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운영하는 LHC는 ‘신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힉스 입자 발견은 9년 전인 2013년 3월 14일 공개됐다. LHC는 2018년부터 두 번째 휴식기에 돌입해 3년간 각종 실험장치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 힉스 입자 발견한 거대강입자충돌기, 세 번째 가동 시작
CERN은 9일(현지 시간) 현재 시운전 중인 LHC가 4월부터 실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LHC는 ‘빅뱅 발생 직후의 우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2008년 구축됐다. 100여 m 지하에 자리한 거대한 터널이 스위스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지역까지 뻗었다가 큰 원을 그리며 돌아 다시 출발점에 도착한다.

빅뱅 발생 직후 우주는 극한의 고온·고압의 환경이었다. 온도가 1경에 1경을 곱한 ‘1구’도에 이르렀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입자들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과학자들은 입자들의 이런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원자핵, 원자, 이온 등의 입자를 빠르게 가속해 충돌시키는 장치를 고안했고 그 결과 LHC가 탄생했다.

LHC의 주요 장치로는 입자를 가속하는 가속기와 충돌 후 생성되는 다양한 입자를 검출하는 검출기가 있다. 대형 검출기인 앨리스(ALICE), LHCb, 뮤온압축솔레노이드(CMS), 아틀라스(ATLAS)는 각각 다른 입자들을 포착하고 있으며 검출기마다 연구팀도 개별적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연구진은 앨리스와 CMS 검출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0년 본격 가동을 시작한 LHC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힉스 입자 발견이다. 힉스 입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17개 기본 입자 중 하나로, 실험을 통해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기본 입자였다. 2012년 LHC 실험에서 존재가 확인돼 9년 전인 2013년 3월 발표됐다. 올해 2월까지 LHC의 CMS팀 한국 대표를 맡은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50년간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힉스 입자를 신념을 갖고 끈질기게 추적하고 발견해 인류 지성에 대단한 진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 표준모형 넘어선 인류가 알지 못하는 새 입자 발견 기대
LHC는 2013년까지 1단계 가동을 마치고 첫 번째 휴식기를 가졌으며, 2014∼2018년에 2단계 가동을 진행한 뒤 두 번째 휴식기에 돌입했다. 휴식기에는 입자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가속하고, 생성된 입자를 더 민감하게 검출하는 실험장비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두 번째 업그레이드는 2021년 초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작업이 지연되며 1년가량 일정이 연기됐다.

두 번째 업그레이드를 통해 입자를 가속하는 에너지가 기존 6.5조전자볼트에서 6.8조전자볼트로 약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교수는 “굉장한 고에너지 영역에서는 입자 에너지가 5%만 증가해도 입자 간 충돌할 확률이 30∼40%는 올라간다”며 “입자 충돌을 탐색하는 데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충돌 후 생성되는 데이터를 더 빠르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해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를 대체했다. 한국 연구진도 이번 업그레이드에 참여했다. 양 교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뮤온을 검출하는 기기를 만들어 대형 검출기인 CMS 내에 장착했다”며 “힉스 입자가 충돌해 4개의 뮤온 입자가 생성될 때 기존에는 두 개만 검출할 수 있었는데 새 뮤온 검출기를 통해 나머지 2개 뮤온 입자도 검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단계 가동에서 가장 초점이 맞춰진 실험은 힉스 입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양 교수는 “현재 파악된 힉스 입자의 질량이 양성자의 130배인데, 이론적으로 계산해보면 수십만 배에 이른다”며 “힉스 입자가 암흑물질과 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입자로 붕괴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암흑물질 생성이다. 전 세계 연구진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암흑물질을 잡아내기 위해 실험장치를 가동 중인 가운데, LHC는 직접 입자들을 충돌시켜 암흑물질을 생성해 내는 데 도전하고 있다. 양 교수는 “3단계 가동에서는 막연한 탐색보다 정확한 목표 과제를 설정하고 표준모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입자가 우주에 존재하는지 탐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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