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어릴 때 출전비 없어 부모님 2번이나 대출”

강홍구 기자

입력 2022-03-11 03:00 수정 2022-03-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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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미뤄진 명예의 전당 입회

10일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 입회식에 참석한 타이거 우즈(왼쪽)와 그의 딸 샘. 폰테베드라비치=AP 뉴시스

“당신은 매번 역경을 이겨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자격이 있습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500명 청중 앞에 선 소녀 샘 우즈(15)는 힘주어 이야기했다. 자신과 꼭 닮은 아버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를 소개하며 “흑인이자 아시아계 골퍼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고, 수차례 허리 수술 후에도 다섯 번 마스터스 정상에 섰다. 자동차 사고 몇 달 후에도 일어설 수 있었다”며 그동안 그가 건너온 역경들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딸의 소개로 우즈가 단상 위에 오르자 한동안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헤드쿼터에서 열린 우즈의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 장면이다.

우즈가 골프 역사에 남긴 흔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투어 통산 82승으로 샘 스니드(1912∼2002)와 함께 최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고, 메이저대회에서는 15차례 우승으로 ‘전설’ 잭 니클라우스(18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로피를 들었다. 오늘날 골프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영광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순간도 많았다. 이날 아버지(얼 우즈)를 따라 6세 때 골프를 시작했던 이야기로 말문을 연 우즈는 “몇몇 골프장에서는 클럽하우스 출입 금지를 당했다. 다른 주니어 선수들이 다 들어간 걸 보면 내 피부색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주니어 시절 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부모님이 두 차례 담보대출을 받은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우즈는 “(명예의 전당은) 개인을 위한 상이지만 실제로는 팀을 위한 상이다.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허락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16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딸 샘, 아들 찰리(13), 어머니 쿨티다(78), 여자 친구 에리카 허먼(38) 외에도 투어 동료인 저스틴 토머스(29), 조던 스피스(29) 등이 참석했다. 우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2년 전 결정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날 열렸다.

이날 우즈는 지난해 2월 교통사고 이후 처음으로 오른쪽 다리에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반바지 차림으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 이후 공식 투어 대회 출전이 없는 우즈는 아직 복귀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다만 팬들은 다음 달 열리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을 고대하고 있다. 우즈가 5번 우승한 대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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