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팬데믹 장기화… 짙어져가는 ‘마음 속 그늘’ 지우려면

홍은심 기자

입력 2022-03-10 03:00 수정 2022-03-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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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극복하기
확진돼도 스스로 자책 말아야… 확진자에 낙인찍는 것도 금물
불분명한 정보는 불안감만 증폭… 객관적 정보로 방역수칙 지켜야
스트레스 계속되면 우울증 의심… 심한 경우 전문의 상담 받아봐야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새해에는 종식될 거란 기대가 무색하게 연초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훌쩍 넘어가는 등 유행이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학업이나 친구들과의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혹시라도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가족이나 업무 등에 피해를 줄까봐 불안감을 갖고 지낸다. 어르신들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예전에 비해 자주 못 만나다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감염병 유행이 지속되는 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코로나가 드리운 마음의 그림자를 지워나가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정서적인 지지가 큰 힘… 확진자 비난 금물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는 적었기 때문에 소수의 확진자들에 대해서 일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했었다. 확진됐거나 격리된 사람들을 멀리하려는 일종의 차별적인 행태가 존재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누가 어떤 문제로 확진됐는지 추적이 어려워 확진자의 동선 자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와 가족, 동료, 친구들이 확진되거나 격리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확진된 경우라면 스스로 자책해서는 안 되며 타인이 확진됐을 때도 무탈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과도한 불안 버리고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감염병의 정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을 해소할 만한 정보 탐닉의 대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됐었다. 그러다가 백신이 도입됐을 때는 백신 접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에 몰두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폭증하는 오미크론 확진자 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까지 매몰되다보면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고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과도한 불안감은 내려놓고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부분에 집중해보자. 객관적인 정보들을 바탕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의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무섭게 번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도 충분히 통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몸은 멀리해도 마음은 가까이
우리가 할 것은 물리적 거리두기이지 정서적 거리두기가 아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전파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접·밀집·밀폐 장소를 피하는 것이고 정서적 거리두기는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을 만나는 행위 자체를 교류의 가장 큰 수단으로 여겼던 우리의 정서를 고려하면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정서적 거리두기가 같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 또 코로나 장기화로 오랜 기간 우울감과 불안을 겪으면서 물리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정서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로 사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과의 정서적 거리는 오히려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연락에 소홀했더라도 이제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나 메신저, SNS를 통해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묻고 소소한 대화를 나눠보자. 멀리 있어도 감정이 통하고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에 따뜻함과 안정감이 차오를 것이다.
몸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 활발히 움직이자
예전처럼 여러 사람들의 기운을 받으며 다 같이 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라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홈트레이닝이 많이 나와 있다. 무료로 공개하는 홈트레이닝 영상들도 있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 손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라고 집에서만 운동하라는 법은 없다. 마스크를 잘 쓰면서 집 주변을 산책해도 되고 가볍게 뛰어도 좋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밖에 나가기를 극도로 꺼리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 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밀폐되지 않은 개방된 공간에서는 운동 중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개인위생을 준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

실내든 실외든 물리적으로 활동을 해야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운동은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생각을 전환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한데 이럴 때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간혹 우울감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안에서부터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울감이 해소돼야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울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부터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운동을 시작할 때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복식호흡부터 해보자. 숨을 천천히 5초 동안 들이켰다가 다시 5초 동안 내쉰다. 복식호흡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면 긴장이 완화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우리는 원팀’… 각자의 역할과 일상에 최선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나 혼자만 애쓰고 있지 않다. 세계적인 대재난으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와 보건 종사자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병원이나 직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오염물을 처리하고 엘리베이터 버튼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수시로 닦는 등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직원들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극심한 자영업자들은 누구보다 힘들게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 늘어난 배송 업무로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기사와 배달 업무 종사자들은 우리가 보다 편안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려면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주어진 일들에 집중하며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 신종플루 팬데믹도 잘 극복했듯이 우리 모두는 코로나 상황도 무사히 이겨낼 것이다. 현재 우리가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어려움들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팬데믹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줄 정신적인 백신이 될 것이다.
우울증 의심되면 전문가 상담 적극 활용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를 합해 만든 신조어)와 우울증은 엄연히 다르다. 코로나 블루는 우리가 코로나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주요 우울장애는 이 스트레스가 지속돼서 병적인 상태로 진입한 것을 뜻한다. 따라서 코로나 블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불안은 줄이고 신체 활동은 늘리는 등 앞서 말한 대처법들을 시행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적인 측면에서 우울증이 진행된 것은 아닌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열이 나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우울증이 의심될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상담이 필요할 때는 부담 갖지 말고 내원해 전문의와 함께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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