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도 무용지물 …휘발유 2000원 돌파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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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3-08 08:46 수정 2022-03-0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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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 내 한 주유소에서 업무중인 종업원 뒤로 유가정보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넘어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22.2.25/뉴스1

휘발유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대를 향해 무섭게 치솟고 있다. ‘2000원대’ 돌파는 2010년 이후 12년여 만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붙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3차 오일쇼크’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국내 휘발유값 7주 연속 ‘활활’…직전 4주 평균 24원씩 껑충

7일 오전 제주시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2022.3.7/뉴스1© News1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대비 24.2원이 오른 L당 1764.0원이다.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1월 평균 1635.2원이던 휘발유 값은 2월2주 1691.8원, 2월3주 1718.4원, 2월4주 1739.8원으로 올랐다. 직전 4주간 평균 상승 폭만 24.49원이다.

이마저도 주간 평균금액으로, 7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L당 1823.68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 수준(지난해 11월 2주 L당 1807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지역별로 제주의 휘발유 평균가는 L당 1920원으로, 2000원대를 목전에 뒀다. 제주 최고가 주유소에서는 이미 L당 2164.7원에 휘발유가 거래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값은 1896원, 대전 1841, 세종 1826원, 충북 1825원 순이었다.

◇인상 주범 ‘국제유가’…우크라 사태에 천정부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전쟁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2.3.5/뉴스1
국내 기름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만 하더라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종가 기준 배럴당 92.81달러였다. 전쟁이 격화하고 3일 만인 지난 1일 배럴당 103.41달러로, 100달러를 돌파하더니 이튿날인 2일 110.60으로 110달러 선까지 넘어섰다. 그리고 전날 기준 120달러마저 무너뜨렸다. 전쟁 발발 후 불과 7거래일 만에 33.8%나 폭등한 것이다.

문제는 불붙은 국제유가가 언제쯤 안정을 찾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유럽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 상승을 더 부추겼다.

당초 배럴당 12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던 금융권도 이에 전망치를 한껏 높여 잡는 분위기다. 에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산 원유 500만배럴 손실로 인해 국제유가가 2배 이상 급등하면서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휘발유값 2000원 돌파 시간문제…2010년 이후 12년여만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290원에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6주째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3.3/뉴스1
현 추세라면 국내 휘발유값 ‘2000원’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 휘발유값이 2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0년이었다.

2010년 10월부터 다음 해인 2011년 4월까지 무려 26주 연속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2000원대를 넘겼다.

당시 ‘주유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치솟은 기름 값에 정부와 정유사는 이례적으로 기름 값을 L당 100원씩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국민 여론에 편승해 유류세 인하 공약을 잇따라 내놓을 정도였다.

천정부지 기름값에 그해 휘발유 소비량은 감소하기도 했다.

자차 운행을 줄이는 운전자 등이 늘면서 2011년 당시 휘발유 소비량은 957만4000배럴을 기록, 전년 대비 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유류세 안정 ‘총력’…그럼에도 엄습하는 ‘3차 오일쇼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3.4/뉴스1
정부는 국제유가 인상으로 인한 유류비 인상 최소화를 위해 4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20%인하 조치를 오는 7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가 상승 폭이 큰 만큼 인하율 역시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유가 상승이 불러 올 전 방위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간 전쟁이 쉽게 끝날 상황이 아닌데다 물가 상승세도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경제성장률을 짓누르는 요인은 많아지니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1980년 2차 석유파동 당시 겪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1980년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6%로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강도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성 하락, 대러 교역·투자 위축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특히 “유가 급등,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 물가는 상승하고 실질 구매력은 저하돼 소비 위축이 심화할 수 있다”며 “물가는 올라가는데 생산이 줄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물가가 3%대 상승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에너지가격 상승 등 대외 상황이 악화하면서 인플레는 상당히 거센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공급 비용 상승이 경기를 위축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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