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원유 수입금지 검토… 세계 경제 ‘오일쇼크’ 공포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2-03-08 03:00 수정 2022-03-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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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동맹들과 禁輸조치 논의”… 러 원유, 세계 공급량의 11% 차지
국제유가 13년8개월만에 최고치… 원달러 환율 급등 1220원 넘어
러, 16일 디폴트 선언 가능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검토하면서 국제유가가 단숨에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7일(현지 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 초반 18% 급등해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 뛰어 130.50달러까지 올랐다. 두 원유 모두 2008년 7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는 서방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이자 최강의 제재 옵션으로 꼽힌다.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세계 공급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틀어막으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와 세계 경제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7일 코스피는 2.29% 급락한 2,651.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1800억 원, 96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일본(―2.94%) 홍콩(―3.57%) 중국(―2.17%)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3% 안팎 급락했다.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9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227.1원에 마감해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7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이달 16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상승은 기업 제조원가부터 공공요금까지 전방위 물가를 끌어올린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원유 제재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청이 오면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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