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가격 사상최고, 우크라發 인플레 본격화

세종=최혜령 기자 , 구특교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22-03-07 03:00 수정 2022-03-0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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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지수 21% ↑ 유가 120달러 육박
3월 국내 물가상승률 4% 넘을 듯
저성장-고물가 슬로플레이션 우려


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L당 1802원, 경유는 1665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L당 24.2원 오른 1764.0원이었다. 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해 국제 원자재 값 급등이 이달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로 1년 전에 비해 20.7% 급등했다. 1996년 관련 지수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식량가격지수는 2002∼2004년 식량 가격 평균을 100으로 삼아 현재 가격 수준을 보여준다.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등의 주요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곡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4.8%, 유지류는 36.7% 뛰었다.

국제유가 급등세도 이어졌다.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은 6.9% 오른 배럴당 118.11달러로 마감해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만 25%, 올 들어 52% 이상 폭등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15.68달러로 마감해 지난 한 주 26% 급등했다.


원자재값 한주새 20% 치솟고 곡물가도 급등…‘슬로플레이션’ 비상








주요 곡물 수출국들 속속 수출 중단…1주새 명태 7%, 대게 23% 올라

이달 물가 4%대 넘을 가능성
정부, 벨라루스에도 수출통제 조치…유류세 인하율 확대 방안 검토
무디스, 러 신용등급 4계단 더 강등




세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주요국의 곡물 수출 중단 등이 예고되면서 우크라이나발(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이미 러시아산 명태, 대게 등 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밥상물가를 위협하는 데 이어 이달 소비자물가가 4%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를 동시에 맞는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 “이달 국내 물가 4%대 전망”
6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세계 원자재 시장의 가격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지난주 20.3% 치솟아 역대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도 역대 최고치로 뛰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 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상황이 반영돼 앞으로 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안보를 위해 수출 중단에 나서면서 가격 급등세를 더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밀, 옥수수 등을 주로 수출하는 헝가리는 4일(현지 시간) 모든 곡물의 수출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도 밀 같은 곡물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우크라이나발 인플레이션은 이미 국내 밥상물가를 덮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냉동 명태 한 마리의 소매가격은 4일 현재 2538원으로 1주일 전보다 7.0% 올랐다. 국내 명태 유통 물량의 60% 이상을 러시아산이 차지한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러시아산 대게의 평균 낙찰가는 kg당 1만9900원으로 5일 만에 22.8% 뛰었다.

3월을 기점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고착화되고 다른 원자재 가격도 치솟으면 물가가 4%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한국 경제, 슬로플레이션 직면할 수도”
미국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일부 의원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줄어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식료품과 연료비 지출 비중이 높은 빈곤층 가계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넘어 세계 공급망 생태계에 최대 악재가 됐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또 6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3’에서 ‘Ca’로 네 계단 낮추며 “채무 이행 능력과 의지가 심하게 우려된다. 부도(디폴트)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앞서 2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여섯 계단 강등한 바 있다. 불과 나흘 만에 러시아 신용등급이 10계단 떨어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여파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러시아에 이어 러시아를 지원하는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7일부터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하고 벨라루스 국방부 등에 대한 거래를 제한한다. 또 유류세 인하 조치는 7월 말까지 연장하면서 현재 20%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업계는 30% 인하 폭을 건의한 바 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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