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정낭비 막으려 도입한 예타, 文정부 면제사업 106조 ‘사상 최대’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22-03-03 03:00 수정 2022-03-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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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4.2배 규모… 아동수당 13조-재난금 9조 순
가덕도신공항 포함땐 110조 훌쩍… 전문가 “예타 취지 무력화돼”



문재인 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은 사업 규모가 106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가 역대 처음으로 100조 원 넘게 면제된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까지 면제되면 면제 규모가 11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예타 면제 사업은 144건, 면제 액수는 105조9302억 원이었다. 면제액은 여권이 ‘토건 경제’라고 비판한 이명박 정부 예타 면제액(2008년 2월∼2013년 2월·61조1000억 원)의 1.7배, 박근혜 정부(2013년 3월∼2017년 3월·25조 원)의 4.2배다. 문 정부의 예타 면제액은 직전 두 정부의 면제액 총합을 뛰어넘었다.

예타는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도입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 원 이상이면 거쳐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대응 등 필요한 경우에는 면제할 수 있다.

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가운데 규모가 1, 2위인 사업은 모두 현금성 지원 사업이었다.

‘아동수당’(13조3611억 원) 사업 규모가 가장 컸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아동수당은 2018년 9월 도입됐다. 처음에는 소득 하위 90% 가정의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됐고 올해는 만 8세 미만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9조6630억 원)이 뒤를 이었다. 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 도입돼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이 지급됐다.

대형 사업 중엔 정부의 핵심 사업이 포진했다. 최대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는 사업비가 4조6562억 원이었다. 2019년 국가 균형발전 취지로 예타를 면제받은 이 사업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1호 공약이었다.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을 고치면서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설치하는 ‘그린스마트 스쿨’(4조3615억 원)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까지 예타 면제가 확정되면 면제액은 1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달 1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신청을 받아 면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여권에선 예타 면제가 지역 균형발전과 경기 부양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타 면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예타 취지가 무력화됐다”며 “예타 면제 요건을 법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예타 면제액 증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추경호 의원은 “문 정부는 퍼주기식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 예타 면제를 악용했다”며 “이는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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