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잡히지 않는 ‘코로나 중환자’ 한 달 만에 6배…“의료인력 부족 이미 현실화”

조건희 기자 , 김소영 기자

입력 2022-03-01 19:36 수정 2022-03-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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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가 한 달 만에 6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위중증이더라도 기계장치 없이 스스로 숨을 쉬는 경우 ‘코로나19 중환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해 심뇌혈관 환자 등 비(非) 호흡기 중환자 감염이 늘면서 의료 현장의 인력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공식 집계 안하는 중환자 5.7배로
1일 질병관리청은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중환자가 727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은 이보다 훨씬 많은 1324개가 사용 중이다. 중환자 수는 적은데 병상이 차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질병청은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기(에크모) 등 기계에 호흡을 의존하는 ‘기계 호흡 중환자’만 코로나19 중환자로 집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일 기준 597명의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중환자 병상에 입원했지만, 스스로 호흡할 수 있어 코로나19 중환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뇌졸중이나 협심증, 당뇨병, 콩팥병 등 비 호흡기 계통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자가 호흡 중환자’는 지난달 1일 104명에서 한 달 만에 5.7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정부가 통계를 관리하는 기계 호흡 중환자가 2.7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최근 자가 호흡 중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때문이다. 감염돼도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이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기존 ‘델타 변이’보다 낮다. 반면 전파력이 강해 기저질환자의 감염을 초래하고, 발열과 혈전(혈관 속 핏덩이) 증상을 일으켜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뇌졸중 등을 앓는 환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서 지병이 악화하거나 합병증이 생겨 입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델타 변이 유행 땐 코로나19 중환자 대다수가 폐렴 환자였던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 “의료인력 부족 이미 현실화”
문제는 자가 호흡 중환자 치료에도 적지 않은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공호흡기를 쓰지 않을 뿐, 스스로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의 회복과 생명 유지에는 폐렴 환자 치료 못잖게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실제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지난달 27일부터 대동맥 응급 수술을 중단했다.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도 지난달 28일부터 뇌출혈과 뇌경색, 대동맥 파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속출하면서 인력 부족을 부채질하는 점도 우려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병원은 산부인과 의료진이 대거 감염돼 격리되면서 응급 분만 산모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전담 병상에 일손이 차출되면서 일반 중환자실의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라며 “‘사람을 더 뽑으면 되지 않냐’는 말도 있는데, 누적된 피로 탓에 그만두려는 기존 직원들을 붙잡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환자 대응이 한계에 부딪히기 전에 의료 체계를 미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공호흡기 없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분리 공간만 갖춘 병상을 확보해, 급증하는 자가 호흡 중환자들을 수용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국내외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중환자는 당분간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둘러 의료 인력과 설비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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