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벤처캐피털 지원받은 벤처 최고경영진 역량이 더 뛰어나

이종균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 정리=최호진 기자

입력 2022-03-02 03:00 수정 2022-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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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지원과 CEO 역량 차이 연구
회사 운용 권한 위협 등 단점에도
VC, 기업공개후 사업 성장에 도움
창업자들, VC에 지나친 반감 불필요



빠른 성장을 원하는 벤처 기업에 벤처캐피털(VC)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VC는 벤처 기업이 필요한 ‘4C’, 즉 자금(Capital)뿐만 아니라 네트워크(Contact)를 제공하고 운영 역량(Competency)과 벤처 기업의 신뢰성(Credibility)을 높여 빠른 성장을 돕고 높은 성공 확률을 담보해준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VC가 벤처 기업의 주식 50% 이상을 확보할 경우 창업자들은 회사 운영 권한을 잃게 된다. 특히 상장 회사에 VC가 주주로 참여할 경우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VC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벤처 기업에 과연 약일까 독일까? 보스턴대, 노팅엄대, 서퍽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VC로부터 지원을 받은 벤처 기업과 지원받지 못한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역량 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했다. 연구 대상은 다양한 산업군의 미국 벤처 기업 가운데 1993년부터 2012년 사이 기업공개(IPO)를 한 3903개 기업이었다. 이 중 2380개 기업은 VC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1523개 기업은 지원받지 못했다.

최고경영진의 역량과 자질은 최고경영진의 규모,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위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임원 비율, 타 회사에서 최고경영진으로 일한 경험 및 기간 등으로 파악했다. 벤처 기업의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공개 시점의 기업 가치를 측정하고 기업공개 이후 3년 이내 기업의 실적 변화를 파악했다. 또 VC 지원 유무와 최고경영진, 벤처 기업 성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 규모, 이사회 중 외부 이사의 비중, 기업공개 언더라이터(유가증권 인수를 업무로 하는 금융업자)의 명성 등을 통제 변수로 삼았다.

연구 결과, VC 지원을 받은 벤처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지원받지 못한 기업의 최고경영진보다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VC 지원을 받고 높은 수준의 최고경영진을 보유한 벤처 기업의 경우 기업공개 시점과 그 이후에도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VC 지원이 벤처 기업 최고경영진의 역량과 자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VC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때 창업자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창업자들이 VC에 지나친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 시점 혹은 그 이후 VC 역할이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고경영진의 역량과 자질이 벤처 기업의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이는 빠른 성장을 원하는 벤처 기업이라면 최고경영진의 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창업을 통한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닌 벤처 기업을 이끌고 나갈 인재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종균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lee3ck@jmu.edu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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