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에 韓 피해 클 듯” 경고…원자재 수급 비상

뉴시스

입력 2022-02-27 14:08 수정 2022-02-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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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내 기업들이 이에 따른 여파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국제 유가 상승, 공급망 위축 등의 삼중고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 뿐 아니라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따른 파급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수출통제 제재를 발표했다. 반도체 컴퓨터, 통신 장비 등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돼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공격적인 군사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다른 품목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면서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미국의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만든 대부분의 제품들도 러시아로의 수출이 제한된다고 미 상무부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미국의 발표대로라면 한국의 경우 그동안 러시아로 수출해온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반도체·휴대폰 어쩌나

대 러시아 수출액 가운데 40%가 넘는 자동차·부품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교역이 제한된다면 완성차 수출은 물론 현지에 가동 중인 국내 완성차·부품 공장 가동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현대차가 연산 20만대 규모의 완성차 조립공장을, 현대모비스는 모듈·부품 공장을 두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루블화 약세와 경제 위축, 소비 위축 등이 잇따를 수 있어 우려가 크다”며 “다만 국내 공장이 자리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우크라이나와 거리가 멀어 전쟁이 발발할 경우 즉각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규모는 지난해 연간 900억원(7500만달러) 수준이다. 크지는 않지만 연쇄 타격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에 연간 2000억원대 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는 가전업계도 현지 공장 운영 등 생산 차질과 동시에 수출 규제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의 러시아 수출이 중단되면서 현지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도 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공장은 소규모인데다 내수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고, 러시아가 반도체 주요 수출국은 아니어서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유가 인상 등 충격 우려…한국과 일본 피해 클 듯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은 당면 과제다. 특히 문제는 유가의 오름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지속 상승해 실제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간다면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0.71달러(0.8%) 오른 배럴당 92.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2.24달러(2.3%) 상승한 배럴당 99.0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급등한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 난항으로 이어져 수급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장기화 될 경우 전 세계 상품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으로 국제유가는 2분기 110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세계 제조업 기지인 아시아 국가가 가장 많은 피해를 본다”며 “그중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이 가장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 가운데서는 대러 제재에 더욱 적극적인 일본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SCMP는 내다봤다.

◆기업들, 대러 경제제재에 원자재 확보 비상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10위 교역국이다. 주요 수입품목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 에너지 품목이 70% 이상이다.

우선 러시아 경제제재에 가장 촉각을 기울이는 쪽은 석유화학기업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원유를 사올 뿐만 아니라 나프타도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 양상에 접어들면 이들 업종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사들은 수급에 있어 현재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3개월 정도의 재고분을 확보하고 있고, 경제제제 조치에 에너지 품목은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며 등락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에 에너지 품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사태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이란산을 주로 써 왔던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원유가 국내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며 “거리도 멀고 질도 떨어져 수입비중이 낮은데 이란산이 대체해서 들어오면 정유사들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수입과 관련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공정에서 수입산 나프타 비중은 20% 정도인데 이들 대부분이 러시아산이다. 따라서 수입제재 조치가 내려지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사들은 이 경우 타 수급처를 통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대체가 정 어려우면 정유공장 가동을 통해서라도 나프타를 생산, 수급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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