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비거리로 상금 10억 향하는 ‘큐티풀’ 박현경 [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기자

입력 2022-02-26 09:15:00 수정 2022-02-26 09:20:4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KLPGA투어 데뷔 후 해마다 상승곡선
“늘 노력하는 고진영 언니에게 많이 배워요.”
컴퓨터 퍼팅에 240야드 비거리 장착
2022시즌 톱10 15번으로 대상 정조준


‘큐티풀(큐티+뷰티풀)’ 박현경은 2019시즌 KLPGA투어 데뷔 후 시즌 마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KLPGA 제공
3억(2019년)→5억(2020년)→8억(2021년)→10억?(2022년).

박현경(22·한국토지신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후 해마다 전진을 거듭했다. 루키였던 2019년 3억 원(23위)이던 시즌 상금은 2020년 5억2000만 원(7위)이 됐고, 지난해 8억4000만 원(4위)으로 늘었다. 올 시즌 그의 시선은 상금 10억 원 돌파를 향하고 있다. 꾸준한 상승세를 감안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해가 짧았던 미국 동계훈련”
섬세하고 정교한 플레이가 강점인 박현경은 2022시즌을 앞두고 비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정된 피니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박현경. KLPGA 제공


박현경은 1월 2일부터 2월 1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에서 동계훈련을 가진 뒤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일주일 자가 격리를 마치고 국내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다.

박현경은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으로 막을 올리는 2022시즌 KLPGA투어에서 3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무엇보다 우승부터 해야죠. 그래야 대상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거든요. 그 다음으로 15번 이상 톱10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지난해에는 톱10 14번을 했는데 그 때보다 1개는 더 잘해야죠. 한 시즌 동안 가장 꾸준한 플레이를 했던 선수에게 주는 대상을 받고 싶습니다.”

동계훈련 성과에 대해 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래도 뭔가 숙제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다”며 “아이언 샷의 볼 콘택트 능력이 향상됐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거리 훈련을 지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현경 KLPGA 투어 역대 시즌별 기록


지난해 박현경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32.6야드로 69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체 평균 수준인 비거리 증대를 주요한 과제로 정했다. 미국 현지에서 박현경의 훈련을 진행한 이시우 프로는 “스윙할 때 회전축을 잡아주면서 거리 향상과 콘택트를 보완했다. 손목과 팔의 간격에 대한 회전 연결 이해도가 높아졌다”면서 “비거리가 240야드 가까이로 늘어나 중상위권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다. 다음 샷을 할 때 반 클럽 짧게 잡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240야드는 3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80%에 육박하는 박현경의 사용 드라이버는 브리지스톤 투어B JGR 프로토 9.5도. 샤프트는 벤투스 블루 5S를 장착했다. 길이는 45.25인치에 웨이트는 D1. 클럽 계약사인 석교상사 투어팀에 따르면 “기존보다 탄도를 낮추며 전체적인 거리를 늘리기 위해 조금 하드한 특성의 샤프트로 교체했다”며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훈련에 집중해 샤프트 교체에도 캐리 거리가 줄지 않아 전체적인 거리가 늘었다”고 전했다.

40일 넘는 동계훈련은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만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오전 7시부터 연습 라운드에 들어간 뒤 오후에는 쇼트 게임, 샷 연습, 상황별 레슨을 소화했다. 저녁 식사 후 체력훈련을 하거나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으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타이트한 라이에서 아이언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그린 적중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쇼트게임은 거리감에 치중했다는 게 이시우 프로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그린적중률은 73.3%로 41위였다.
●“꾸준한 성적은 한결 같은 체력이 필수”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에서 40일 넘게 진행된 동계훈련 도중 이시우 프로, 고진영 등과 카메라 앞에 선 박현경(오른쪽). 이시우 프로 제공



‘골프 여제’로 발돋움한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 합동 훈련도 큰 도움이 됐다. 박현경은 “진영 언니와 함께 운동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언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분석하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언니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여유롭게 훈련할 것 같은데 언니는 아니다. 이시우 프로님 뿐 아니라 같이 훈련하는 선후배들에게도 지금은 어땠는지, 이렇게 하면 어떤지 늘 물어보고 분석한다. 배울 점이 너무 많고 변함없이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박현경은 2020년 KLPGA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뒤 고진영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고진영과 통화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는 것. 박현경은 “진영 언니가 ‘우승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은 하늘에 맡겨 두고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현경의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해 28개 대회에서 컷 탈락은 단 한 번, 6월 롯데오픈에서 나왔을 뿐이다.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 시즌 끝난 후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어요. 체력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체력 관리 노하우는 더 배우고 느낀 다음 공개해 드릴게요.”
●“퍼팅할 때 손목 사용은 절대 금물”
박현경은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평균 퍼팅수 1위에 올랐다. 장갑을 낀 채 퍼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KLPGA 제공



박현경이 꼽은 안정된 성적의 배경은 ‘컴퓨터 퍼팅’이다. 지난해 평균 퍼팅수는 29.45개로 KLPGA투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퍼팅 성공률이 향상돼 버디율과 리커버리율까지 좋아지면서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였다”고 분석했다.

박현경은 장갑을 벗지 않고 퍼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손 장갑을 낀 채 퍼팅을 하면 그립과 손의 밀착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어 퍼터와 몸의 일체감이 좋아지고 퍼팅을 끝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어드레스 때는 고정한 왼쪽 손목이 임팩트 때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왼쪽 한손만으로 퍼터를 잡고 스트로크 연습을 하기도 한다. 퍼팅할 때 손목을 쓰는 건 절대 금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지난해 같은 퍼트감을 유지하면서 비거리까지 늘렸다면 한결 편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며 “박현경 골프는 섬세함을 위주로 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에 경험을 더한다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고 말했다.
●“발전하는 과정을 느낄 때 행복”
필드 밖에서 다양한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박현경은 2022년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한국여자오픈을 꼽았다. KLPGA 제공



필드 밖에서 박현경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한우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버디 1개당 한우 1㎏씩 적립해 총 185개의 버디로 적립한 한우 185㎏을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기부했다. 팬클럽인 ‘큐티풀 현경’과 함께 버디 기금과 기부금을 합산해 전북 익산시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2344만2000만 원을 전달했다. 한국체대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성적이 좋아야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그에게 올해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묻자 한국여자오픈을 지목했다. 지난해 크리스 F&C 제43회 KLPGA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메이저 퀸’이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도 얻었지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 결정적인 실수 한 방에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한국여자오픈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홀 티샷이 가끔 생각납니다. 프로 데뷔를 하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뽑고 싶어요. 그런 만큼 올해는 그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어요.”

당시 박현경은 대회 4라운드 17번홀까지 박민지와 공동 선두를 이뤘다. 하지만 18번 홀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면서 결국 보기로 마쳐 이 홀에서 버디를 낚은 박민지에 2타 뒤진 2위로 끝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할 만큼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쓴 약이 된 듯 하다.

“골프는 자꾸만 더 노력하게 만들어서 매력적이에요. 사람들은 결과만 따지지만 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과정 속에서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너무나도 행복해요. 올해도 저를 비롯한 모든 KLPGA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 빨리 골프장에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런 글도 있다. ‘낯설다고 뒷걸음치지 않아야지. 모든 것을 경험하는 법을 배우고 새로움 앞에서는 떨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지.

곧게 뻗어가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가진 박현경이 묵묵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