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다 다른데 왜 안경 크기는 같을까”… 3D프린팅서 답을 찾다

김선미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2-02-25 03:00 수정 2022-02-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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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3〉 박형진-성우석 ‘콥틱’ 공동대표

㈜콥틱이 운영하는 3차원(3D) 커스텀 안경 브랜드 ‘브리즘’ 서울시청점에서 박형진 대표(왼쪽)와 성우석 대표가 안경들 사이에 진열된 CES 2022 혁신상 트로피를 손으로 가리키며 미소를 짓고 있다. 브리즘은 얼굴을 3D로 스캐닝해 안면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후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얼굴 유사성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안경을 추천해 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 사람마다 얼굴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왜 안경은 미리 만들어 놓은 걸 그냥 쓸까. 우연히 간 일본 여행에서 사람들의 안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보다 더 다양한 취향을 보여주는 안경이 많았다.

#2. 금형을 만들 필요 없는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제조업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생산하기 전에 금형을 만들 필요도 없고, 생산량이 딱 한 개인 제품도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 공동대표가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각기 다른 질문을 품고 안경 전문가와 3D 프린팅 전문가로 방향을 튼 박형진(48), 성우석(43) 두 사람은 2015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2017년 공동 대표로 콥틱을 창업한 뒤 얼굴 형태에 맞춰 디자인해주는 3D 커스텀 안경 브랜드 ‘브리즘’으로 각자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P&G코리아에서 마케팅을,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디즈니랜드 개발 담당 일을 했던 박 대표는 일본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2006년 안경 회사 ‘알로(ALO)’를 창업했다가 회사를 매각했다. 과도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였다. “스토리를 얘기하려면 소주 10병은 필요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서 6개월을 숨어 지내듯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성 대표를 만났다.

당시 성 대표는 ‘롱테일 경제학’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를 읽고 3D 프린팅에 푹 빠져 있었다. 회계사, 컨설턴트로 일했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공장을 많이 다녀서인지 제조업이 익숙했다. 컨설팅 맡은 회사의 공장에서 지내며 답을 찾는 ‘현장파’였다. 제조업의 미래를 바꾸는 ‘메이커’(만드는 사람)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성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만든 3D 안경을 쓰고 나왔다. 3D 프린팅 안경 제조라인을 찍은 동영상을 몇천 번 돌려본 뒤 중소 제조업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생산라인을 갖춰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모은 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받은 3억 원으로 장만한 3D 프린터를 사용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박 대표는 ‘앞으로 함께 일할 운명’을 느꼈다. 하지만 둘은 서두르지 않았다. ‘안경 전문가’와 ‘3D 전문가’는 1년 넘게 3D 안경 공부 모임을 한 뒤 창업에 나섰다.


○ “10년 안에 스마트폰이 안경으로 들어올 것”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콥틱 부스는 문전성시였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기술담당 임원이 찾아와 안경을 가상 착용해 보며 관심을 보였다. 브리즘은 3D스캐너로 얼굴을 측정해 1만 명 이상 누적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로 안경의 크기와 모양을 추천한다. 열흘 정도 제작을 거치면 ‘나만의 맞춤 안경’이 완성된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면서 젊은층의 고도 근시가 늘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안 인구도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안경을 쓴다. 카카오벤처스 등이 2019년 콥틱에 시드 투자할 때 가장 주목한 점도 “이 사업이 충분히 큰 시장을 가졌느냐”였다.

콥틱의 포부는 전 세계 안경시장의 27%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미국은 다인종 사회인데도 안경이 백인 얼굴에 맞춰져 고객 불만이 많다고 봤다. 국내에서 금지된 안경의 온라인 판매도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아이폰용 브리즘 앱을 활용하면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스캔하고 인공지능(AI)이 추천한 안경을 주문할 수도 있다.

박 대표와 성 대표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스마트폰 기능이 안경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증강현실 기술로 안경과 스마트폰의 경계가 무너지는 방향으로 안경이 진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공동대표의 회사 내 호칭: 10년 넘게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려 온 박 대표는 ‘젠마’(젠 마스터), 성 대표는 영어 이름 윌리엄의 앞 글자를 딴 ‘윌’로 불린다. 20대 직원들이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는데”라고 길게 말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영어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콥틱의 목표
: “브리즘 안경으로 내 삶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싶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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