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폐기물로 ‘그린 수소’ 생산… “세계 시장 선점 할 것”

안소희 기자

입력 2022-02-25 03:00 수정 2022-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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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에스티플랜트

태백에 위치한 수소 생산 설비. ㈜케이에스티플랜드 제공

김성태 대표
2014년 설립된 ㈜케이에스티플랜트는 100% 수입에 의존했던 해양플랜트용 고온 고압 메탈시트 볼 밸브를 국산화한 부산 지역의 소부장 기업이다.

수년 전부터 주 전공 볼밸브 외에도 생활 쓰레기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 개질기를 통해 LPG 충전소에서 LPG, 수소를 모두 충전하는 기술도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식물, 미생물 등으로 거름을 생각하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너지 시장은 매년 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거듭하고 있다. 케이에스티플랜트는 바이오매스의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세계 수소 생산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가수 분해’ 활용해 바이오매스로 수소 생산

케이에스티플랜트가 개발하는 볼 밸브는 공 모양의 판(디스크)을 회전시켜 밸브를 여닫는 부품이다. 볼 밸브는 유체 누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볼과 시트 사이의 공차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 케이에스티플랜트는 공차를 0.002∼0.005mm 안으로 줄여 미국, 유럽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케이에스티플랜트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출신 이봉주 박사가 이끄는 그린사이언스와 손잡고 8년 전부터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케이에스티플랜트의 생활 쓰레기 처리 기술로 만든 바이오매스를 그린사이언스 기술로 가공해 ‘그린 수소’를 만드는 것.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발생 여부에 따라 3가지(그레이·블루·그린)로 나뉘는데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한다.

바이오매스를 수소로 만드는 비밀은 ‘가수 분해’에 있다. 가수 분해는 물 분자를 활용해 특정 물질을 분해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활용해 바이오매스에서 수소를 추출한다. 케이에스티플랜트 김성태 대표는 “자사의 바이오매스 추출 기술은 유해 물질 발생이 거의 없어 생태계 보전은 물론 적은 비용으로 수소 에너지까지 얻을 수 있다”며 “탄소 중립이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많은 기업이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꼽는 바이오매스 수소의 장점은 ‘짧은 공정’이다. 기존 공정의 3분의 1에 불과해 시설비, 운영비, 공정비 등에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케이에스티플랜트의 제품 설비는 혼합 폐기물 처리까지 가능해 따로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수소·LPG 동시 충전 시범 사업도 추진


김천에 위치한 쓰레기 처리 설비. ㈜케이에스티플랜드 제공
케이에스티플랜트의 목표는 바이오매스 수소로 수소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케이에스티플랜트 기술의 수소 생산 수율은 약 15% 정도다. 김 대표는 폐기물 처리 시설 대형화만 뒷받침된다면 하루 6000t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라 자체 진행은 어렵다”며 “만약 우리 기술을 원하는 업체가 있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에 공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며 세계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소 관련 장비는 대기업도 고민하게 할 만큼 고가로 알려진다.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 낼 정도다. 김 대표는 “적잖은 기업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소 장비 구축에 부담을 느낀다”며 “보통 투자금 회수까지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케이에스티플랜트의 수소 기술을 활용하면 2∼3년 안에도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케이에스티플랜트는 수소 개질기(연료 변환기)로 수소, LPG 충전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시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울산에 위치한 한국수소산업협회와 함께 울산 시내에서 운영되는 일부 LPG 충전소에 기술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며 전국 약 180곳에서 도입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한 수소경제 아이디어


바이오매스 수소는 김 대표의 평소 의문에서 비롯됐다. 그는 “평상시 폐기물을 발전소, 제철소 연료로만 쓰는 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때 그린사이언스 이봉주 박사를 만나 합작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에 규제 일원화를 당부했다. “해양 폐기물은 해양수산부, 생활 쓰레기는 환경부 등 부처별로 폐기물 관련법이 달라 난항을 겪을 때가 많다”며 “폐기물 관련법을 통합, 일원화해 번거로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탄소 중립 본격화와 함께 수소는 점점 더 글로벌 산업의 패권을 쥐는 데 필요한 요소로 자리할 것”이라며 “기업 이익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수소 분야에 대한 더 적극적인 지원이 더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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