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도체용 네온 70% 공급… 생산라인 초긴장

곽도영 기자 , 세종=구특교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2-24 03:00 수정 2022-02-24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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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운, 한국 산업계 영향은


“반도체는 한 공정만 돌리지 못해도 전 공정이 멈춥니다. 네온, 크립톤 공급 차질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승인 직후인 23일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네온, 크립톤 등 특수가스는 사용량은 소량이지만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다. 네온은 반도체 패턴 형성을 위한 레이저 발진에 쓰이고, 크립톤은 회로도를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깎는 식각 공정에 쓰인다.

전 세계 네온 사용량의 70%, 크립톤의 40%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다. 네온의 경우 주 생산국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5개국에 불과하다. 이 중 2곳에서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어떻게든 재고 확보를 최대한 해두고 대체 수입 경로를 뚫어야 한다”며 “정부가 특수가스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지원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가능성 고조에 국내 산업계에 전방위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배터리 업계는 양극재 소재인 니켈과 알루미늄, 동박 소재인 구리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 배터리 주요 소재들의 10%가량을 공급하는 나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물 가격 변동 폭은 배터리 최종 제품 납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이미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화학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주요 화학 원자재인 나프타 공급망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 수입량에서는 5.8%만 차지했지만 나프타 수입량은 25%로 1위다. 나프타는 특수 가스와는 달리 생산국이 많아 수입처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쉽긴 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같은 상황에 몰려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무연탄과 우라늄, 유연탄 등 다른 에너지원도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건 마찬가지다.

대(對)러시아 자동차 시장 위축과 철광석 가격 상승도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사태 당시의 상황이 재연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시 서구권의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로 2015년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이 2014년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서 9억 달러(약 1조 원) 규모로 62%나 줄어든 경험이 있어서다.




국내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변동성 확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t당 120.19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18일 138.05달러로 약 15% 올랐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5, 6위권 철광석 생산국인 만큼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유가 및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확대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광물종합지수는 1월 평균 2971.46으로 전월 대비 10.5% 올랐다. 유연탄, 우라늄, 동, 니켈, 아연, 철광석 등 6개 전략 광종 모두 상승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만약 진정된다 하더라도 광물 공급처들이 한번 올린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계속해서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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