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vs 네이버 크림…명품 티셔츠 ‘짝퉁 공방전’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2-23 17:27 수정 2022-02-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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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네이버 리셀(되팔기) 플랫폼 ‘크림’ 간에 벌어진 수입 명품 티셔츠의 짝퉁(모조품) 공방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두 업체의 공신력이 걸린 문제인 만큼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다.

22일 무신사는 “자의적으로 타사 제품을 가품으로 단정 지은 네이버 크림 측에 지난 18일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권리침해성 게시물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한 소비자가 무신사 부티크에서 구매한 ‘피어 오브 갓 에센셜’(이하 에센셜) 브랜드의 티셔츠를 되팔기 위해 크림에 검수를 의뢰한 데서 시작됐다. 무신사 부티크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럭셔리 전문 편집숍으로, ‘가품일시 200% 보상 정책’을 내걸고 있다.

크림은 해당 제품을 가품으로 판정하고 지난달 18일 정·가품 판단 기준 사진이 포함된 글을 홈페이지 공지로 올렸다. 이때 가품 사례로 든 사진에 무신사 부티크 로고가 노출되면서 ‘무신사를 통해 구매한 해당 제품은 가품’이라는 인상을 줬다.

네이버 크림이 제시한 에센셜 제품의 정·가품 판단 기준. 홈페이지 갈무리
무신사는 약 한 달간의 검수 과정을 거친 뒤 공식 반박에 나섰다. 에센셜 공식 유통 채널인 팍선(PACSUN)을 비롯해 명품 감정 서비스 ‘레짓 체크 바이 씨에이치’(Legit Check by Ch), 한국명품감정원 등 3곳에 감정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는 “3곳 모두 자사가 확보한 에센셜 제품이 100% 정품임을 인증했다”며 “크림이 가품이라고 지적한 10개의 기준은 정품 내 발생할 수 있는 개체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명품감정원도 이를 가품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개체 차이’란 동일 브랜드의 같은 제품군 내에서도 생산 시기, 생산지, 보관 방법, 유통 환경 등의 다양한 사유로 인해 상품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센셜 브랜드 자체가 중국, 베트남 등 생산 지역에 따라서 개체 차이가 다소 드러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무신사는 “유통과정에서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검수 작업 과정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원본까지 전수 조사했다”며 “상품에 대한 정·가품 판정은 상표법상 브랜드 제조사의 고유 권한이다. 리셀 플랫폼인 네이버 크림에게는 해당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크림이 제시한 정·가품 판단 기준을 반박하는 무신사.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크림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신사를 통해 유통된 티셔츠가 모조품이라는 암시를 담은 공지사항은 무신사의 내용증명 발송 이후에도 삭제하지 않았다.

크림 측은 23일 “무신사 정품 주장은 주장일 뿐, 법적 대응 과정에서 진품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크림은 앞으로도 사용자에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해당 제품에 대한 가품이 증가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에서 동일한 상품을 구매했는데 가품이 의심되는 소비자들에게 크림 내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품 검수 시스템’을 둘러싼 두 업체의 첨예한 대립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한쪽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다른 쪽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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