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러, 우크라 침공 본격화시 유가 150달러 치솟는다”

뉴시스

입력 2022-02-23 14:56 수정 2022-02-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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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 침공이 임박 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으며, 침공이 본격화 될 경우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8달러(1.4%) 상승한 배럴당 92.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45달러(1.5%) 상승한 배럴당 96.8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장중 한 때 배럴당 99.5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WTI가 배럴당 60달러 대까지 급락하는 등 큰 폭 하락했으나 올 들어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과 이란 간 포괄적 핵 협상 재건 여지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공급 증가 기대로 배럴당 90달러 초반으로 하락한 바 있다.

주요 전망 기관들은 유가 100달러 돌파를 기정 사실로 여기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 대에 진입하게 되면 2008년 4~8월과 2011년 2 월~2014년 8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JP모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로 공급충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배럴당 125달러, 내년 150달러로 보던 종전 전망치보다 상향된 것이다. 모건스탠리도 브렌트유는 100달러, WTI는 97.5달러로 수준으로 예측하는 등 기존 전망보다 배럴당 10달러씩 상향했다.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원유 공급 제약이 심화될 경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각각 배럴당 100달러,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수요 증가, 공급차질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가 급등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최근 기존의 일 40만 배럴 증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OPEC 회원국인 이라크와 나이지리아는 현재로선 원유 생산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밝혀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

반면 올해 전세계 석유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에도 불구하고 원유 재고 부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 주 대비 112만1000배럴 증가한 4억1150만8000 배럴로 집계됐다. 전 주에는 원유 재고가 400만 배럴 이상 감소했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시 등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 두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을 명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은행과 군사은행, 러시아 국채, 특정 부유층 개인과 가족 등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독일도 러시아와 자국을 잇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소비량의 10%를 공급하는 산유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돼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석유 부족 사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이 러시아를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등의 고강도 제재를 내 놓을 경우 원자재 공급망 차질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튀어 오를 수 있다”며 “공급망 차질로 인한 수요도 둔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무한대로 오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고 소강상태로 접어들 경우 배럴당 90달러 내외에서 횡보할 수 있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소가 된다면 현재보다 5~10달러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럴당 90달러 중반 이상으로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 포괄적 핵 협상 제건 여지에 공급증가에 대한 기대로 90달러 초반으로 하락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본격화 될 경우 국제유가가 120달러 이상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 급등, 성장률 하락을 가져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으로 전개될 수 있는 등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높이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추고, 연평균 120달러가 될 경우 소비자물가가 1.4%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4%포인트 둔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기업 생산 비용 증가,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 등을 유발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고 물가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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