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레미콘값 급등에 건설사 비상… “내달 공사 몰리면 자재대란”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2-21 03:00 수정 2022-02-2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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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당 철근값 1년새 47% 올라
철강사 개보수로 공급부족 우려… 레미콘값, 시멘트 가격인상에 들썩
건설사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 수급난 심화되면 현장 멈출수도”


중견 건설사 A사의 경기 화성시 아파트 공사 현장. 이곳의 자재 구매 담당자인 이모 씨(42)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근 값이 t당 107만 원으로 착공 시점인 지난해 2월(73만 원)보다 46.5%나 올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레미콘 값도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이지만 일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 중”이라며 “날이 풀려 여러 곳에서 공사가 몰리면 자재 조달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철근과 레미콘 등 자재 값 급등으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사를 쉬었던 겨울철이 끝나고 공사가 본격화되는 다음 달이면 원자재 값이 추가로 올라 수급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30개 대형·중견 건설사 자재 구매 담당자가 모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현대제철에 철근 값 인상 반대 성명서를 전달했다. 협의회 측은 “철강회사가 철근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건설사들이 단체로 공식 항의에 나선 건 현대제철이 철근 가격의 기준이 되는 1t당 고시 가격을 96만2000원에서 이달 99만1000원으로 올린 데 따른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번에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다른 제강사도 철근 값을 줄줄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제강사들이 이달 공장 개·보수를 하는 점도 철근 값 인상 요인이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 사업에 힘을 쏟다 보니 개·보수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졌고 철근 생산도 줄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t당 철근 가격이 110만 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건설 현장의 주요 자재인 레미콘 가격도 심상치 않다. 시멘트의 주원료로 쓰이는 유연탄 값이 급등하며 시멘트 값도 지난해 t당 7만5000원에서 올해 9만3000원으로 24% 올랐다. 국내 레미콘 업계 1위 삼표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기업이 된 점도 수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삼표산업은 수도권 레미콘의 40%를 공급한다.

문제는 철근이나 레미콘 등 자재 수요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착공된 건설 현장은 지난해 1억3530만 m²로 전년(1억2370만 m²)보다 9.3% 증가했다. 보통 철근과 레미콘이 건설 현장에 쓰이는 시기는 착공 이후부터 1년 6개월 사이여서 올해 수요가 더 몰린다는 얘기다.

특히 노노(努努) 갈등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공사를 멈췄던 현장들이 3월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여 수급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지난해 현장이 멈춘 기간만 두 달 넘어 3월부터 부지런히 공사해야 공기(工期)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재 수급난이 심화되면 일부 건설 현장이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 부담이 커지면 착공을 아예 미루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는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이 되는데 자재 값이 오르면 건축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분양가를 결정할 때 자재 값 상승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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