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연장’ 압박수위 높이는 정치권…금융위 선택은

뉴시스

입력 2022-02-19 10:05 수정 2022-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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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말 종료 예정인 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어떠한 결론을 낼 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원 조치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위해 ‘3월 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서 “이러한 금융지원은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니다”라며 “만기연장·상환유예는 3월 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료시점까지의 코로나19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중소기업계 등에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위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난해 9월 3차 연장 시기보다 최근 일평균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배 이상 늘었고,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바닥을 치는 매출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3차례나 인상하는 등 대출금리마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시 자영업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5대 금융그룹이 유예한 대출 원리금은 140조원에 달하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자는 250만여명으로 대출잔액이 858조원”이라며 “이중 다중채무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56%인 140만여명으로 만약 대출 만기, 이자 상환 유예 연장 조치가 이어지지 않으면 빚을 못 갚는 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끝낸다는 것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환자에게서 호흡기를 떼는 것과 같다”며 “고통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계도 금융위에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지난 16일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에 대해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아 금융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지원은 유동성 위기 조기 차단과 연쇄도산 위험 예방에 기여해 실제 중소기업도 78.3%가 위기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적 요인에 건실한 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시민단체도 전날인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피해단체연대·전국가맹점주협의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대출금 상환유예 조치 연장, 고금리대출에 대한 저금리 대환 및 원리금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 제공 미흡한 손실보상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촉구했다.

경기석 코로나피해단체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건수는 221만 3000건, 대출 액수는 259조3000억원으로 2019년 말 기준과 비교하면 대출 건수는 58.6%, 대출 액수는 증가 23.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 신청 건수도 9383건에서 1만873건으로 증가했다”며 “온전한 손실보상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대출 상환 유예는 개인 파산을 막고 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주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자영업자의 마지막 회생 가능성을 없애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민깊은 금융위…대선 후 결론 전망도

이처럼 4차 재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면서 금융위도 난감한 상황에 높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3차 재연장 이후 줄곧 ”더 이상의 추가 연장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커지는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과 다음달 대통령 선거 후 새로 들어설 정부의 의중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에나 결론이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월 말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며 ”연장을 검토한다는 말만 하는 재정당국, 금융당국에 화가 난다“며 연장 압박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자율적으로 나서서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선제적 상생 협력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월 종료 원칙’을 강조해 왔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냔 의견이다.

다만 더 이상의 재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년간 이미 3차례나 연장됐고, 연장을 지속할 경우 부실위험이 과도하게 누적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내놓은 ‘산업과 기업의 부실 징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군의 비중은 외감기업 기준으로 2009년 22.1%에서 2020년 32.8%로 상승하고, 상장사 기준은 같은 기간 30.4%에서 39.4%로 늘어 부실징후 기업군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았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인상된다면 그간 저금리와 코로나19 특별 금융에 의존해 온 부실징후 기업들 중 적어도 일부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산업·기업구조조정 압력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도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지만 금융지원조치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으며, 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시장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질서있는 정상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영업자의 경영·재무상황에 대한 미시 분석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종료 여부를 고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길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금융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치의 종료·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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