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책, 새 판을 짜야 한다

황재성기자

입력 2022-02-17 12:42 수정 2022-02-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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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동아DB



정부가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매년 1조 원씩 10년 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정책들이 저출산 대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국책연구소의 지적이 나왔다.


또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정책 추진 방식보다 지방이 주도하고, 출산율 등 인구의 양적 증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역발전정책과 통합 운영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인구성장기에 도입돼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들은 개선하고, 복수주소제 도입과 인구감소지역 내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감면 등 지방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은 17일(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국토이슈리포트 57호-지방소멸 대응 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을 내놨다.


● 지방소멸위기, 저출산보다 인구유출이 더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20년까지 시군구의 인구 증감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인구가 감소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사회적 증감이 음(-)으로 나타났다. 즉 인구 유출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반면 지방의 출산력은 대도시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2019년 평균 합계출산율을 보면 군 지역이 1.25명으로 시(1.05명)나 구(0.82명)보다 높았다. 또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전남 영광군(2.538명)과 가장 낮았던 서울 관악구(0.536명)는 무려 5배가량 차이가 났다.


하지만 정부는 2005년 이후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자연적 감소를 (지방)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진단하고 저출산 대응책을 마련해 집중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실제로 저출산 대응 규모는 2006년 2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46조7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국토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부 대책은) 그동안 저출산·고령화를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삼았다”며 “사회적 감소가 주요 변수라는 실증 분석 결과들이 되면서 자연적 감소 대응 목적의 기존 인구사회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방 주도의 새로운 해법 마련해야



국토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정책추진 방식은 지방 현장의 다양성과 정책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곤란하다”며 지방이 주도하고, 현재와 다른 새로운 지방소멸 대응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임신출산지원, 육아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인구사회정책과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나 혁신도시 활성화 등이 핵심인 지역발전정책을 융합한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대안도 제시했다. 우선 인구 감소 시대의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과 사회 통합 구현을 비전으로, ①활력 있는 지역 ②동등한 삶의 질 ③자립적인 지역 만들기 등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5가지 추진 전략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전 생애에 걸쳐 건강하고 품격 있는 생활 실현’이다. 보육 교육 의료·건강 등 생활 필수 인프라의 격차로 인한 인구유출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과 고령자, 여성, 외국인 등 다양한 세대의 조화와 통합형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개성 있는 매력 공간 창출로 생활인구 확보와 유출 억제’이다. 지방지역 체류나 생활인구를 유치하고 정착을 확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주거공간과 편리한 이동·접근, 생활서비스, 문화 향유기회 등을 제공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지역자원 기반 생산·소득 및 일자리 확충’이다. 지역특산물 및 일자리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산업 기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핵심과제다. 여기에 대기업 및 중소기업,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시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네 번째는 ‘지역 간 교류·협력으로 상생과 공존의 문화 확산’이다. 이를 위해 인구 1만 명 이하의 과소 지자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런 지역들을 묶어 적정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예컨대 생활권 단위로 시설 및 공공서비스를 공동 이용할 때 인센티브와 운영경비를 지원하고, 시군간 관광루트 공동 개발 및 마케팅 추진으로 브랜드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은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 역량과 실증 기반 강화’이다.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중앙정부 주도와 지방의 국고보조금 의존행태를 최소화하고, 포괄적인 예산 지원과 범부처적인 협업사업을 확대해주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도의 분권형 계획수립으로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게 하고, 중앙정부는 계획 수립 과정에서 컨설팅 지원 등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 불합리한 규제 완화와 복수주소제 등 도입 필요



국토연구원은 또 인구감소시대에 인구성장기에 마련됐던 기준이나 불합리한 규제들을 발굴해 개선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기준과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운영, 보건진료소 설치 기준 완화(최소 500명→300명), 작은도서관 자료 기준 완화(1000권 이상→500권 이상), 귀농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 대상자 요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인구감소지역 내 세컨드 하우스 세제 감면이나 복수주소제 도입 등과 같은 새로운 제도 도입도 제시됐다. 복수주소제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이 고향이나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을 복수 주소지로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복수주소제가 도입되면 지방의 가파른 인구 감소세를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고, 지방세를 두 곳에 균등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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