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운에 석유-광물-농산물값 껑충… 서민물가-무역 비상등

세종=구특교 기자 , 김수현 기자

입력 2022-02-16 03:00 수정 2022-02-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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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산유국’ 러 정세 불안… “배럴당 5달러씩 ‘위험 비용’ 붙어”
세계 식량 가격도 10년만에 최고치… 수입물가 상승, 소비자물가 직격탄
에너지수입액 큰 韓 무역수지 악화… 안전자산 금값은 16개월만에 최고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L당 1743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이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유, 광물 등 에너지 자원은 물론이고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까지 끌어올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 경제 부담이 늘고,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한국 경제의 ‘엔진’인 무역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자료를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0∼12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를 가하면 국제유가는 100∼12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대규모로 중단되면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유가를 자극한 이유는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카우언에 따르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2%)의 원유를 수출하고, 약 25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0%)의 석유 제품을 수출한다. 연구원은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국제유가에 배럴당 5달러 이상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를 높일 수 있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봤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금 가격(KRX 금시장)은 이날 g당 7만2270원에 거래돼 1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전주 대비 6.18%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해지며 석탄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광석(1.73%), 구리(1.82%), 니켈(1.97%) 등 다른 원자재 값도 전주 대비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CNN은 14일(현지 시간) 세계 식량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농산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7.79%, 9.9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도 올랐다. 이날 한은의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원재료가 전달 대비 8.2% 올랐다. 특히 원유가 15.0%, 광산품이 9.0%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서민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비용이 늘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수지도 악화할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 달러로, 국가 총 수입액의 22.1%를 차지한다. 연구원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2개월 연속된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KOTRA 등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원자재, 에너지, 곡물 등 주요 품목은 사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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