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극단선택 택배 대리점주 부인 “비노조원-점주 위한 법은 왜 없나”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2-16 03:00 수정 2022-02-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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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위한 법만 있는 세상 돼버려… 불법점거-배송거부에도 미온 대응
집단 괴롭힘 노조원 고소했지만 6개월 지나도록 처벌없어”
파업 50일째 택배노조는 상경투쟁


지난해 8월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집단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택배대리점 소장의 아내 박모 씨(가운데)가 지난해 9월 노조원 일부를 고소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김포=뉴스1

“노조를 위한 법만 있는 세상 아닌가요?”

지난해 8월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경기 김포의 한 택배대리점 이모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장의 아내 박모 씨는 15일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먼저 이렇게 반문했다. 박 씨는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와 관련해 1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택배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에게는 노조 설립과 그 노조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주면서, 그런 노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비노조원들과 대리점주를 위한 법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택배노조가 파업으로 배송을 거부하면 택배대리점의 거래처나 고객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도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개인사업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서다.

박 씨는 “그동안 불법 점거나 각종 괴롭힘 사건도 있었는데 택배노조원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의 광폭 행보를 이대로 놔두면 제 남편이 겪은 일이 또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의 유서와 생전 사용하던 온라인 메신저에는 택배노조와의 갈등 상황과 조합원들로부터 들었던 욕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유서는 택배 현장의 문제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박 씨는 남편 사망 후 관련된 택배노조원 10여 명을 고소했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그들 중 누구 하나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택배노조가 최근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폭행을 당한 CJ대한통운 직원들도 있다는 사실을 접하자 엄정한 법 집행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박 씨는 “택배노조의 과거 불법적 행동에 대해 경찰이 즉각적인 처벌과 강경한 대응을 해 왔으면 노조가 저렇게까지는 안 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벌금만 조금 내면 된다는 식으로 법을 우습게 여기는 노조원들도 있다”면서 “노조의 적반하장도 노조만 보호하려는 법과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류업계에서는 택배 현장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품이나 생물 등은 배송 거부 불가능 품목으로 정하거나 대체 배송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박 씨는 “택배노조가 배송을 거부해도 대체 배송이 가능해야 하는데, 노조는 이마저도 못하게 막는다”며 “배송 일을 안 해서 대리점이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노조 와해’라며 또 다른 빌미로 삼는다”고 했다.

세 자녀를 부양하는 박 씨는 김포 지역에서 거래처 등으로부터 물건을 받아와 택배 터미널로 나르는 집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박 씨에게 집하대리점 운영 기회를 준 데 대해 ‘노조 물량을 빼내는 와해 행위’라며 본사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이 때문에 일부 거래처들이 물건 대주기를 중단했다.

택배노조는 파업 50일째인 이날 전국 각지 700여 명의 조합원이 상경투쟁에 나서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선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20대 대선 선거운동 출정식을 열기도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조합원들은 이 당의 ‘선거사무원’ 명찰을 달고 집회에 참석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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