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5마일 장타”… ‘윤이 나는’ 슈퍼루키 윤이나[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2-12 09:41 수정 2022-02-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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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첫 한 라운드 이글 3개
드림투어 상금왕, 올해 KLPGA투어 데뷔
우승과 신인상 두 토끼 목표
“늘 새로운 게 골프 매력”


지난해 프로 데뷔 후 고공비행을 한 윤이나는 2022시즌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하는 신인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드림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하이트진로 제공

‘이글 이글 이글.’

윤이나(19·하이트진로)는 화끈한 ‘이글 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다. 지난해 6월 충북 청주 그랜드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3부)투어 6차전 1라운드에서 3개의 이글을 낚았다. KLPGA에서 한 선수가 한 라운드에서 이글 세 방을 기록한 건 사상 처음. 당시 스코어는 67타. 이글 3개, 버디 1개에 보기 2개를 했다.

18홀을 도는 동안 한 번도 쉽지 않은 이글을 3개나 낚은 뒤 그는 훨훨 날아올랐다. 점프투어를 거쳐 드림(2부)투어에 뛰어들어 상금왕에 오르는 고공비행 끝에 2022시즌 KLPGA 정규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하게 됐다.

이번 시즌 KLPGA 정규투어 루키 그룹에는 선배 언니들을 위협할 강자들이 유난히 많다. 슈퍼루키 윤이나는 ‘2022학번’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 샌디에이고 동계훈련 구슬땀
윤이나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 중인 동계훈련에서 쇼트게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연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윤이나는 “고대하던 정규투어에서 뛰게 돼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안정적으로 시드를 유지하면서 우승과 신인상을 노리겠다”고 3가지 목표를 밝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엇보다 쇼트 게임 연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100m 안쪽 웨지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팅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시즌 때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빡빡한 스케줄을 감안해 주 3회 강도 높은 체력 트레이닝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연습라운드 장소인 테라라고GC의 파5홀에서 이글을 했다”며 ‘이글 머신’다운 면모도 보였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고 골프와 관련된 메모를 즐겨한다고 한다. 정규투어 데뷔는 4월 7일 시즌 개막전으로 막을 올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이뤄질 예정.

2021시즌 KLPGA 드림(2부) 투어 상금왕에 오른 윤이나. KLPGA 제공

드림투어 상금왕으로 자신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대해 윤이나는 “큰 관심을 가져주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만큼 훌륭한 선배, 동료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계속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윤이나는 지난해 9월 정규투어인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7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실력을 검증받은 만큼 정규투어에서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는 시합장 세팅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코스 상태, 그린스피드, 카메라, 갤러리 등등도 차이가 많습니다. 달라진 환경에서 갖고 있는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열 SBS 골프해설위원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다. 비거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라며 “시즌 시작 후 조급하지 않게 경험만 쌓아간다면 무궁한 발전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윤이나를 평가했다.
● 폭발적인 비거리에 정확성까지 겸비
윤이나는 170cm의 뛰어난 체격조건과 함께 어려서부터 비거리 증대에 전념한 결과 파워 히터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그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05마일에 이른다. KLPGA 제공

키 170cm인 윤이나는 250m 넘는 장타를 치는 파워히터로 유명하다. 그의 용품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의 스윙 분석에 따르면 평균 드라이버 헤드스피드는 98~105마일에 이른다. KL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헤드스피드가 90~93마일인 것을 감안하면 파워부터가 남다르다.

윤이나는 50g대의 샤프트를 사용하는 대부분 여자 선수와 달리 60g대의 플렉스 S샤프트를 선택했다. 아이언은 타이틀리스트 620CB(4번~8번)와 620MB(9번~P)를 콤보로 쓰고 있는데 여자 선수들보다 로프트를 더 높게 구성하고 있다. 7번 아이언의 경우 남자 선수들과 비슷한 35도로 높인 제품을 쓰고 있다. 여자 선수들의 7번 아이언 평균 로프트는 32도. 힘이 좋고 거리가 멀리 가기 때문에 높은 로프트를 사용해 비거리보다는 정확도를 더 확보하려 하는 것.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아 그린적중률은 85%를 넘나든다.

오른쪽 무릎을 안으로 살짝 넣었다가 스윙을 시작하는 ‘트리거 동작’도 장타의 비결로 꼽힌다.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 김창균 피터는 “대부분 국내 여자 선수들은 별도의 트리거 동작을 갖고 있지 않다. 윤이나 프로는 본인만의 트리거 동작을 통해 스윙 전 경직돼 있던 근육을 풀어줘 더욱 안정감 있고 리듬감 있는 스윙을 구사한다. 미세하지만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주는 동작은 하체에 파워를 더욱 실어주어 장타 퍼포먼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타자로 유명한 윤이나는 폭발적인 파워와 함께 정교한 아이언샷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이트진로 제공

김창균 피터는 “윤이나 프로가 압도적인 장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훌륭한 체격조건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무조건 세게 치도록 지도한 아버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윤이나의 아버지는 딸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생 때부터 OB를 내지 않기 위해 혹은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해 드라이버를 컨트롤해서 치기보다는 무조건 세게, 멀리 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샷의 파워와 힘의 한계를 늘릴 수 있는 주니어 시기에 꾸준히 힘을 활용하고 키울 수 있도록 연습한 것이 장타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윤이나 역시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확도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자신 있게 강하게 스윙하는 게 좋다. 거리를 내기위한 근력운동도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 스타 산실 강민구배 중학생 챔피언
윤이나가 중학생 때인 2019년 국내 최고 권위의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에게 트로피를 받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제공

윤이나는 초등학교 시절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 아빠, 아빠친구와 등산을 갔다가 스크린 골프장까지 따라갔어요. 그 때 골프에 반해서 가르쳐 달라고 졸랐죠. 공이 잘 맞아서 날아가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취미로 조금씩 배우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 106개를 쳤어요.”

연습보다 대회 나가는 게 더 재미있어서 선수를 하게 됐다는 윤이나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19년 대전 유성CC에서 열린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한국 여자골프의 산실로 불리는 국내 최고 권위의 무대다. 앞서 신지애, 김세영, 김효주, 고진영, 최혜진 등을 우승자로 배출한 골프 스타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윤이나는 중학생으로는 김세영(2006년), 김지희(2009년), 신다인(2016년)에 이어 4번째 챔피언이 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민구 배에서 우승한 건 큰 영광이에요. 멋진 선배 프로님들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2년 동안 활약한 윤이나는 2018년 제20회 제주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에서 여중부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국내 주요 주니어 대회 우승 을 휩쓸었다. 2019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 주니어 걸스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프로 전향한 그는 KLPGA 점프투어 시드순위전을 수석으로 합격했다. 점프투어 4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3위 1회의 눈부신 성적으로 드림투어로 승격해 2승을 포함해 8차례나 톱10에 드는 강세를 보였다. 드림투어에서 평균 타수 69.1613타(2위), 평균 퍼팅수 29.5484개(4위)를 기록할 만큼 고른 기량을 펼쳤다.

롤 모델로는 신지애와 이정은6를 꼽았다. 성실함과 지치지 않는 열정,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닮고 싶다는 게 그의 애기.

밝고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는 평가를 듣는 2022시즌 KLPGA투어 신인 윤이나. KLPGA 제공

윤이나에게 골프의 매력을 물었더니 “끝이 없다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어요. 하면 할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요.”

‘이나’라는 한글 이름은 ‘윤이 나다’에서 따왔다. 세상의 밝은 빛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새로운 광채를 꿈꾸는 윤이나가 더 큰 무대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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