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1970∼2000년 수집한 해외작품 둘러볼까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2-09 03:00 수정 2022-02-0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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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관 ‘미술로, 세계로’ 展
88올림픽 기점 대규모 기증 받아
호크니 1982년 작품도 선보여



장 메사지에의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1987년). 빛의 효과를 중시해 투명하고 자유분방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88년, 한국 사회는 서울올림픽 개최로 열기가 한껏 고조됐다. 미술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탓이었다.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졌고, 해외 작품의 국내 유입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로, 세계로’는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떻게 국제미술 작품을 수집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전시다. 다양한 국적의 해외 작가 96명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104점을 전시한다.

이효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출품작들은 작가의 국적이나 제작 시기 등에서 공통점이 적어 수집한 시대를 먼저 나눈 다음 작품을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제외한 미술관의 전체 소장품 8785점 중 해외 작품은 925점이다. 이 중 72%에 달하는 668점은 2000년 이전에 소장하게 됐다. 미술관이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해외 작품 소장을 늘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빈약한 소장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기증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대규모 기증이 이뤄진 영향이 컸다. 생전 백남준 작가는 미국 팝 아트 작가 앤디 워홀, 불가리아 출신의 설치 예술가 크리스토 야바체프의 작품 매입을 주선하기도 했다.

초기 해외 작품 확보는 외교관계나 특정 작가와의 친분에 의해 이뤄졌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중국 작가 류예자오의 ‘공산불견인’(1978년)이 대표적이다. 류예자오가 1978년 서울에서 전시를 연 후 기증한 것으로, 미술관의 국제미술 소장품 1호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레일이 있는 그랜드캐니언 남쪽 끝, 1982년 10월’(1982년). 여러 장의 사진으로 만든 포토콜라주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선 현대미술관회가 1991년 기증한 영국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레일이 있는 그랜드캐니언 남쪽 끝, 1982년 10월’(1982년)과 프랑스 작가 장 메사지에의 강렬한 색채 대비와 율동감이 돋보이는 회화 작품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1987년)도 선보인다. ‘장 바티스타…’는 서울올림픽 부대행사로 열린 ‘세계현대미술제’에서 미술관이 개최한 ‘국제현대회화전’을 통해 기증받았다.

이 학예연구사는 “서울올림픽 개최 이전엔 미술관의 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해외 작가 전시가 늘어 미술관이 해외 작품을 소장하는 기회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술관도 1992년 ‘무상기증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후 작품을 꾸준히 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6월 12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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