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불심, ‘범불교도대회’로 이어질까…“정부 여당 측과 소통 후 결정”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2-06 11:58 수정 2022-02-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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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이어 ‘범(凡)불교도대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정부와 여당의 종교편향과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조치가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을 경우 2월말 승려 뿐 아니라 신도들까지 대거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승려대회 뒤 지난달 26일 열린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 등 여러 움직임을 감안하면, 최근 조계종 분위기는 ‘정중동(靜中動)’이다. 대책위 일각에서는 승려대회에 이어 이달 말 예고했던 승려와 불자 등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승려대회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편향 및 전통문화보존 계승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범불교도대회 개최 여부는 추후 결정하자”며 “정부 여당 측과 소통 채널을 가동해 실무논의를 진행한 뒤 범불교도대회 개최여부를 결정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의 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조계종 분위기다. 승려대회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봉이 김선달’ ‘사찰 통행세’ 등 논란의 당사자인 정청래 의원의 사과, 제도적 정비 약속이 이어졌다. 승려대회 주최 측이 송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고 한 것 자체가 변화된 분위기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범불교대회는 그 파급력은 크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대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종교편향과 당시 지관 총무원장이 이용하는 차량에 대한 트렁크 수색 등을 이유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승려와 신도 등 5만 명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사회적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차별을 이슈로 내세운 대규모 집회에 대한 역풍이 부담스럽다. 범불교대회를 강행할 경우 승려대회에서 참석자들의 반발로 송 대표 발언이 무산된 것처럼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 불심(佛心)을 잡기 위해 조치를 준비 중인만큼 일단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승려대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들에 대한 조계종 조치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승려대회 개최에 대해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불교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종단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간부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현재 종단은 언로를 막고 있다”며 “징계와 고발을 철회하고 비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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