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입주, 강남선 1년 기다리는데… 강북선 임대료 면제 내걸어

정순구 기자

입력 2022-02-03 03:00 수정 2022-0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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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구하기, 강남북 온도차




직원 50여 명 규모의 A스타트업은 최근 서울 강남에 가까스로 사무실을 구했다. 2년 전 직원 4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대형 사무실 물색에 나섰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결국 일부 빌딩에 ‘대기번호’까지 걸어두고 직원들은 공유오피스를 전전했다. 그러다가 1년 전 점찍어뒀던 빌딩에서 기존 임대 계약이 종료됐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계약금을 바로 지불할 준비까지 마친 뒤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했다.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강남발(發) 오피스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위주로 핵심 인재 영입과 투자금 유치를 위해 강남권 사무실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형 빌딩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0)’로 떨어지는 등 사무실 임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와 서초구 교대 일대(강남·서초구, GBD)에서 연면적 3만3000m² 이상인 대형 빌딩 공실률은 0.6%로 직전 분기(1.6%)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입주 기업 이사 등으로 빚어지는 자연공실률을 통상 5%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권에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여의도(영등포구, YBD)와 을지로·광화문(중구·종로구, CBD) 일대까지 합한 ‘서울 3대 도심’의 대형 빌딩 공실률도 이 기간 7.3%에서 5.2%로 떨어지는 등 자연공실률과 가깝게 됐지만 강남권 사무실난이 더 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을지로나 여의도 일대 일부 빌딩은 암암리에 입주 1년 동안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일명 ‘렌트 프리’ 계약이 여전한 등 강남권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남권 사무실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스타트업 위주로 회사 성장에 필수인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투자 자금을 대주는 벤처캐피털(VC)들이 대부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등 강남에 몰려 있어 VC와의 미팅을 위해서라도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사무실을 못 구해 아예 건물 매입에 나서는 사례까지 나온다. B스타트업 대표는 지난해 말 자신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면도로의 5층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빌딩 중개법인에 컨설팅까지 받아봤지만 B사가 원하는 조건의 건물을 임차하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답을 받고 건물 매입으로 선회한 것이다.

강남권 빌딩 매매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빌딩중개법인 에이플러스리얼티의 이진수 전무는 “빌딩 매매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임차 수요가 높고 시세차익도 커 매매 수요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강남권 빌딩은 과거 연 3%대의 임대수익률도 낮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요새는 2% 안팎의 수익률만 나와도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사무실 품귀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올해 강남권역에 신규 공급되는 ‘A급 오피스’ 물량이 5만2283m²로 지난해(18만2784m²)의 ‘3분의 1’인 등 공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올해 준공할 예정인 강남권 물량도 이미 입주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운용총괄 상무는 “강남권 오피스는 대로변은 물론이고 뒷골목에 있는 꼬마 빌딩까지 공실이 해소되고 있다”며 “기존 빌딩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으로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는 2026년까지 강남 빌딩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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