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에…영끌·취약계층 빚 부담 어쩌나
뉴시스
입력 2022-01-31 15:07 수정 2022-01-31 15:07
금융 당국의 고강도 대출 총량규제로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올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공모 청약증거금 등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9조원 늘었고,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2조3000억 가량 늘었다.
미국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시중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등에 투자한 이들과 자영업자, 취약차주 등을 중심으로 부채 상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게 되면,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소득의 5%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지난 20일 기준 718조4829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 대비 9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5대 은행이 가계에 공급할 수 있는 총 대출규모는 3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약 30%가 14영업일 만에 동이 난 셈이다. 전달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줄어든 바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2조2980억원 증가해 14거래일만에 전달 증가액인 2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공모주 청약 이틀 간 7조원 가량 늘었다. 지난 18~19일 LG엔솔 일반공모 청약으로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4일 기준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5~5.51%로 집계됐다. 최고금리는 이미 5% 중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주담대 금리는 조만간 최고금리가 연 6% 중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는 대출 준거금리인 국채와 은행채 등 금리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신용대출 금리도 최고금리가 연 5%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 이자가 급증하게 되면 영끌로 부동산을 산 차주와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등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어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6.1%로 2014년 4월(76.2%)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82.1%로 전달(82.3%) 보다 소폭 낮아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신용정보기업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샘플 자료를 활용해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분포 변화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자 가운데 연 소득의 5배 이상의 돈을 빌린 대출자 9.8%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소득의 5%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소득의 5% 이상을 추가적인 이자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소득 5배 이상 돈을 빌린 대출자 비중은 자영업자(14.6%)와 취약차주(11.6%) 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부채 상환액이 늘어날 경우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는 등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전례없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차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진행돼 부채 상환에 나서게 되면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실물 부분이 부진할 수 있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차주 단위의 위험관리와 재정지출을 통해 실물 부문이 지나치게 부진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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