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못가니 설 선물은 고급이라도”… ‘홈설족’ 위한 간편식도 인기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1-29 03:00 수정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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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와인 등 프리미엄 선물 늘어
연휴 호캉스 상품 80% 예약


올해 설날에는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해 초고가 선물세트가 대거 나왔다. 왼쪽 사진부터 10마리에 250만 원인 ‘명품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롯데백화점), 1800만 원 상당의 한정판 골프클럽인 ‘허마제스티’(신세계백화점), 미국 내파밸리 고급 와인을 도예작가의 보자기 작품으로 포장한 43만 원짜리 ‘스택스 립 페이 까베르네 소비뇽’(신세계L&B). 각 사 제공

올 설날에는 수백만 원대의 초고가 선물세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새해부터 껑충 뛴 물가에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반값 선물세트’가 거래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선물세트들은 일부 ‘큰손 고객’들을 겨냥한 VIP용 판매 전략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지 못하자 비싼 선물로 마음을 대신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농축수산물을 선물할 수 있는 최대 기준이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한시적으로 높아진 데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데 따른 ‘보복 소비’ 심리까지 더해져 이전보다 설 선물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이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250만 원짜리 ‘명품 영광 법성포 굴비 세트(3.5kg·10마리)’는 한 마리에 25만 원꼴이지만 70% 이상 팔렸다. 상위 1% 안에 드는 굴비를 골라 구성했다. 200만∼300만 원짜리 최고급 한우 세트는 80% 이상 소진됐고, 100세트 한정으로 판매한 울릉칡소 명품 세트(98만 원·4.2kg)도 품절됐다.

현대백화점은 설 연휴 직전 한 달 동안 1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한우 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연휴 직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수산물 세트는 39%, 15만 원 이상 과일 세트는 37% 늘었다. 각각 100세트 한정으로 선보인 ‘현대 명품 한우’(130만 원), ‘우수산지 한우’(83만 원)를 비롯해 55만 원짜리 200세트, 38만 원짜리 550세트 상품이 모두 일찌감치 품절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번진 골프 열풍에 맞춰 새로운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 카탈로그에 처음으로 ‘골프·패션’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골프용품과 골프웨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2.5%, 56.3% 늘어나는 등 골프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 설 선물로 준비한 ‘마제스티 블랙 에디션’은 드라이버 275만 원, 아이언 640만 원 선이다. 여성 골퍼들을 위한 1800만 원짜리 한정판 골프 클럽인 ‘허마제스티’도 선보였다.

해마다 초고가 선물로 이목 끌기에 나서는 편의점들도 올해 와인이나 위스키, 오디오로 선물 종류를 다양화했다. GS25는 와인 6병으로 이뤄진 ‘100점 와인’ 선물세트를 1000만 원에 내놨다. 설 명절용 최고가 선물인 1억3340만 원짜리 오디오 세트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위스키 ‘M디캔터’와 ‘No.6’를 각각 900만 원, 764만 원에 내놨다. CU는 영국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드윌킨스의 하이파이 스피커 800 시리즈를 1200만∼5700만 원에 선보였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는 등 언택트(비대면) 설날 문화가 확산되면서 호텔업계는 ‘설캉스’(설+호캉스) 특수를 맞았다.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은 설 연휴에 맞춰 50% 할인된 가격에 프리미엄 객실 2박, 조식 뷔페 등을 제공하는 ‘스윗 스위트 세일’ 패키지(27만 원부터)를 선보였다. 연휴 예약이 80% 이상 찼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명절 전통 음식들로 구성된 스페셜 뷔페와 와인, 맥주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설캉스 패키지’를 내놓았다.

‘홈설(Home+설날)족’들의 설 상차림을 위한 간편식도 인기가 높았다.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료 준비나 밑간, 반죽 등을 할 필요 없이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 G마켓에 따르면 설을 일주일가량 앞둔 15∼24일 반(半)조리 명절 음식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6배로 늘었다. 동그랑땡(89% 증가), 모둠전(66% 증가) 등 명절 상차림 메뉴의 인기가 높았다. 마켓컬리도 9∼18일 전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한 주 전보다 동태전의 판매량이 321% 늘었고 녹두전, 꼬치전은 각각 156%, 116% 증가했다.

배송 부문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은 명절에 임박해 ‘벼락치기’로 선물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연휴 직전까지 선물세트를 당일 배송해 주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최근 5년간 명절 선물세트의 약 20%가 연휴 직전 마지막 4일 동안 판매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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