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박차, 금융의 경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것”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1-27 03:00 수정 2022-01-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하나금융그룹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하나금융지주 시가총액(13조6000억 원)이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카카오뱅크(20조8000억 원)와 카카오페이(19조1000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인 하나금융이 훨씬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결과”라면서도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비유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이뤄온 성장의 역사가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눈부신 성과로 말미암아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했다”며 “메타버스, D2C(고객직접판매), NFT(대체불가토큰),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 500조 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서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은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퍼스트 △리딩 글로벌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김 회장은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방대한 오프라인 채널을 하나금융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우리만이 가진 강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손님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금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김 회장은 “그저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호의 나열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룹의 디지털 핵심 기반부터 재설계하여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주요 기술의 내재화,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금융이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는 은행뿐 아니라 전 그룹사가 협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서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동력 다변화를 위한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 투자와 글로벌 투자은행(IB) 채널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며 “많은 이들이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도록 글로벌 인적·물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제시하며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올 한 해 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쟁과 협력으로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강화하여 금융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가는 여정을 지속한다면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