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시장…증시 13개월 최저로 급락

뉴시스

입력 2022-01-24 15:45 수정 2022-01-24 17:5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180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은 1195원을 넘어서며 1200원대 진입을 시도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도 7거래일 연속 2%대를 지속했다. 코스피도 13개월 만에 2800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4.0)보다 2.1원 오른 1196.1원에 문을 닫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0.5원 내린 1193.5원에 문을 열었다. 장중 한때 1192.4원까지 내려 가면서 1180원대 하락을 시도했으나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면서 다시 1195원대까지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연속 1190원대를 지속중이다. 지난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이기는 하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전 거래일 뉴욕 증시의 큰 폭 하락에도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은 미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망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25~26일(현지시간)에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종료하는 올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가 연말까지 3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뛰면서 더 공격적으로 긴축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간 4차례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이에 따라 FOMC에서 긴축 속도를 얼마나 가속화 할지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점도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출 기업의 매도 물량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미 연준의 조기 긴축에 따른 미 국채 금리 급등, 국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해 가능성 등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3년물 국채 금리도 7거래일 연속 2%대를 지속했다.

여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나타나면서 상단이 제한되는 등 원달러 환율이 1190원 초중반의 좁은 레인지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주 FOMC 회의를 앞두고 경계감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2.132%)보다 0.020%포인트 하락한 2.112%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2.148%로 마감하면서 2018년 6월 26일(2.148%)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년물 금리는 7거래일 연속 2%대를 지속하고 있다. 2년물은 1.919%, 1년물은 1.438%로 전 장 보다 소폭 내렸다.

5년물 국채 금리는 0.016%포인트 하락한 2.336%에 마감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2.540%로 보합세를 보였고, 20년물은 2.541%로 0.011%포인트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 역시 각각 2.474%, 2.424%로 소폭 상승 하는 등 장기물은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 등으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23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은 전장 1.772%에서 1.772%로 상승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지난 17일 1.809%로 며 2020년 1월20일(1.823%) 이후 처음으로 1.8%를 돌파하는 등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도 17일 1.003%로 지난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를 돌파한 후 이날도 1.260%로 마감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 국채 금리 급등시 국내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또 추가경정 예산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추경 35조원 증액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실제 시행 여부를 떠나 대선 이후 어느 정도 규모의 추경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시장이 느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대선 전까지 수급 부담은 상당한 수준에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한은이 오는 3분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1.5%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금리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1.75%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1.75%가 될 경우 한국의 연말 실질 기준금리가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로 반전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한국의 경기 대비로도 과도하게 긴축적인 레벨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에 가상화폐 시장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4시 2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44% 내린 4317만5000원을 기록했다. 빗썸에서는 24시간 전보다 0.36% 하락한 4322만2000원에 거래됐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글로벌 시세 평균은 24시간 전보다 0.07% 내린 3만5246달러다.

같은 시각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업비트에서 전일 대비 3.78% 내린 298만원, 빗썸에서는 24시간 전보다 0.43% 하락한 297만9000원을 기록했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글로벌 시세 평균은 2442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62% 내렸다.

뉴욕증시가 큰 폭 하락하자 코스피도 13개월만에 2800선이 붕괴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최근들어 연일 1% 안팎으로 급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834.29) 대비 42.29포인트(1.49%) 내린 2792.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하락 출발했으며 하락폭이 점점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개장 1시간만에 2800선이 붕괴됐으며 한때 2780.68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뉴욕증시의 급락과 미 연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정학 리스크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는 2.7%, 1.8% 하락한 바 있다.

이날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도 강하게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4352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400억원 각각 순매도했으며 선물은 8791계약 순매도했다. 개인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370억원 동반 순매도했고, 기관은 5929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전 거래일(942.85)보다 27.45포인트(2.91%) 내린 915.40에 마감했다. 개인이 1118억원 순매수했고 기관도 425억원 사들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시간 26일 예정된 1월 FOMC가 핵심인데, 컨센서스보다 매파 성향이 강화되는 지가 관건”이라며 “1차 지지선인 2800포인트가 하향 돌파됐는데, 2차 지지선은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670포인트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