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잠재부실 대비… 대손충당금 증액” 주문

강유현 기자

입력 2022-01-24 03:00 수정 2022-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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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 - 중국경제 둔화 등
시장불안 우려… 건전성 강화나서
은행들 적립계획 주초에 다시 제출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지난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을 더 늘리라고 주문했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시장 불안이 우려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번 주초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충당금 적립액을 기존 계획보다 상향해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이달 초 금감원은 각 은행들로부터 충당금 적립 수준을 파악한 뒤 “너무 적으니 더 쌓으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다만 충당금 규모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당금은 부도율,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향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출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해 쌓아둔 돈이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당장 당기순이익과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나중에 대출금이 회수되면 이익으로 환입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잠재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충당금을 쌓았다. 또 과거 수치인 부도율을 기반으로 쌓다 보니 오히려 미래의 잠재 부실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부도율은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 인하, 대출 만기 연장 등의 효과로 낮아진 측면이 있어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에 불편해하면서도 충당금 수준을 2020년 수준에 맞추거나 그 이상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쌓은 충당금 잔액은 5조716억 원이다. 2020년 3분기(5조2968억 원)나 2020년 말(5조4006억 원)에 못 미친다. 2020년 말 4대 은행은 충당금 잔액을 전년 동기 대비 5∼29.6%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이 연중 내내 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을 쌓으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작년 내내 조용하다 결산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인 12월 말부터 갑자기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지시하니 난감하다”면서도 “2020년 수준보다 더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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