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새 아파트도 몸값 뚝뚝… 당분간 하락세 뚜렷해질 듯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1-24 03:00 수정 2022-01-2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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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 금리인상에 매수 위축, 5년 안된 아파트값 5주연속 내려
“강동 30평대 두달새 1억 떨어져”… 전문가 “대출 어렵고 이자 부담 영향”
“공급 부족해 상승압력 여전” 분석도



#1. 서울 은평구 준공 3년 차 1200채 규모 A아파트. 낡은 주택가를 재개발한 신축단지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두 차례에 걸쳐 조합이 여유분으로 갖고 있던 물량(보류지) 6채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전용면적 59m², 84m², 114m² 등 다양한 면적이 나왔지만 입찰자가 전무했다. 결국 조합은 이달 13일 입찰 가격을 1억 원 안팎씩 낮춰 가까스로 5채를 팔 수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이라 조합원 콧대가 높았는데 시장이 얼어붙자 싸게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2. 서울 강동구 준공 4년 차 4900여 채 규모 C아파트. 이 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m²)가 지난해 10월 20억 원에 최고가로 팔린 뒤 지난해 12월에는 18억8900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 만에 1억 원 넘게 하락한 것. 현재 공인중개업소에 나온 30평대 매물 28개 가운데 신고가보다 1억∼2억 원씩 낮은 매물이 20개나 되지만 안 팔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려면 호가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몸값이 높았던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서도 하락 전환하는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물이 쌓이는 주요 대단지 위주로 하락 거래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수도권의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에 2019년 6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처음 하락 전환한 뒤 5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신축아파트도 1월 둘째 주 2019년 9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0.01%)한 이후 지난주에도 ―0.01%로 2주 연속 내리고 있다.

경기 신축 아파트는 전주(―0.02%) 대비 0.04% 떨어져 5주 연속 하락세다. 경기 김포시 준공 5년 된 한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수 문의가 없으니 매물도 쌓인다”며 “전용 84m²가 이달 신고가보다 7000만 원 내린 6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급등한 신축 아파트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타격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축 아파트는 집값 호황기 때 수요가 몰리고, 상승세도 높지만 조정기가 되면 먼저 하락하기 시작한다”며 “신축 아파트는 대출도 어렵고 이자도 많이 내야 해서 부담스러우니 구축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거래절벽으로 거래 자체가 드문 상황에서 소수의 하락 거래로만 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은 매물이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아서 하락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수요 억제로 소수의 하락 거래가 통계에 반영된 것이고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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