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67% “작년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피해 입어”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1-24 03:00 수정 2022-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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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원자재 해외조달 300곳 조사… 88%는 “올해도 공급불안 계속될 것”
코로나 확산이 가장 큰 원인 꼽혀, 수급 다변화-재고확대 방법 외에는
근본적 해법 마련 어려운 점도 문제


중국산 원자재를 수입해 산업용 점착테이프를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공급망 불안’으로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원자재 수급이 늦어진 탓에 유럽 고객사에 제품을 보낼 시점도 3개월 이상 늦춰야 했다.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하네스(전기 배선 시스템)를 생산하는 B사는 유럽산 자재 가격이 30% 이상 늘었지만 납품단가에 반영하지는 못했다. 적자는 면했지만 수익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 부품 등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한국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급망 불안의 여파로 ‘피해가 컸다’는 기업은 28.3%, ‘일부 피해를 봤다’는 기업은 38.7%로 집계됐다.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기업은 9.7%에 불과했다.

대다수 기업은 올해도 공급망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88.4%는 지난해보다 악화되거나 유사한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11.6%에 그쳤다.

공급망 불안의 원인으로는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큰 원인(57%)으로 꼽혔다. 2020년 이후 동남아와 인도 등의 지역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때마다 공장 가동이 멈추곤 했는데 올해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23.3%)에 따른 공급망 줄 세우기 경쟁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양국이 상호 무역 규제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전체 교역의 40%가량을 미중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이 받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12.4%), 탄소중립 대응(4.1%) 등도 뒤를 이었다.

공급망 불안이 예고된 상황에도 대책을 세운 기업은 10곳 중 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그친 반면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 53%로 나타났다. 현재 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기업은 36.1%다.

공급망 불안에 대한 대책을 세웠거나 검토 중인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수급 다변화’(45.7%)를 준비 중이다. 재고 확대(23.9%), 국내 조달 확대(12.0%)도 주요 대책으로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이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해온 것은 국내에서 조달이 어렵거나 비용이 높은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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