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배꼽들, 강렬한 타인의 존재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1-21 03:00 수정 2022-01-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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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개인전 ‘배꼽불’
“삶은 몸으로 겪는 경험 넓히는 것”
설치-사진-영상에 녹인 7점 전시


배꼽에 석고 반죽을 넣고 본을 뜬 작품 ‘뱃봉우리’. 작가는 전시기간 중 화요일마다 신청 관람객 4∼6명을 대상으로 배꼽 본뜨기를 이어가고 있다. 수림문화재단 제공

“신체적인 동요가 일어날 때만 작업을 해요. 심리적, 신체적 변화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무엇으로 형성돼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최근 만난 김도희 작가(43)는 서울 동대문구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배꼽불’ 전경을 보며 말했다. 그는 몸을 통해 사회의 면면을 경험하고 감각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된 세상에 대한 탐구를 설치, 사진, 영상으로 녹여 왔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과 신작 등 7점이 나왔다.

전시장 초입에 있는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년)은 벽면을 갈아내면 드러나는 문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벽체를 가는 행위는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노동자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사진 ‘하월곡 88’(2015년)은 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촌을 지나던 작가가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에 이끌리면서 작업하게 된 작품이다. 그는 화재 이후 방치된 폐허를 오가며 그곳을 청소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삶은 몸을 기반으로 겪는 경험을 해석하면서 표면적을 넓히는 기회”라고 했다. 작품은 무심히 놓여 있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작가의 몸짓을 알고 나면 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작가는 신체 활동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생(生)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2018년 시작해 지금도 진행 중인 ‘뱃봉우리’는 그가 본인, 가족, 지인 등 70여 명의 배꼽에 석고를 넣고 본을 뜬 뒤 거꾸로 세운 것. 지금도 관람객을 대상으로 본 뜨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출산 경험을 말하며 “탯줄을 자를 때 ‘이 아이의 삶도 시작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꼽에서 강한 생명력을 봤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배꼽 모양은 타인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하게 한다. 다음 달 5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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