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82조원 들여 블리자드 인수… 불붙은 ‘메타버스 전쟁’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1-20 03:00 수정 2022-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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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역대 최고가 M&A


“게임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82조 원을 들여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에 나섰다. 스마트폰 운영체계(OS) 경쟁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렸던 MS가 메타버스를 통해 역전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메타버스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등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MS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정보기술(IT) 산업 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종전 최고액은 2016년 델이 데이터 스토리지업체인 EMC를 인수할 때 지출한 670억 달러였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등을 제작하며 4억 명에 이르는 월간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게임사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X박스’를 보유한 MS가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단숨에 텐센트, 소니에 이은 세계 3위의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MS가 블리자드를 품는 것은 단지 게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윈도’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서는 구글, 애플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다. 이를 돌파할 새로운 무기로 메타버스와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놀고 일하고 쇼핑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가장 앞선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용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몰입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게임 자체가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데 크게 베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MS가 메타버스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8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메타버스에 기업의 운명을 걸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는 우리가 막 (페이스북으로) 출발했을 때의 소셜네트워킹처럼 차세대의 선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메타가 2014년 23억 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는 VR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75%를 차지하며 독보적 위치를 굳히고 있다. 애플 역시 VR와 AR를 융합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개발하며 추격전에 나섰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메타버스 인력 쟁탈전까지 벌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메타가 MS의 AR 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수십 명의 AR 개발·엔지니어가 메타로 적을 옮겼다. 메타는 애플에서도 100명가량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블리자드 인수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빅테크의 과도한 확장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내 성폭력 의혹 묵살로 물의를 빚은 블리자드의 경영 정상화도 숙제로 꼽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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